젊은층 놀이문화 광고 인기…“놀아본 사람은 광고의미 알지”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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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부기카편 - 사진제공 웰콤
카스 부기카편 - 사진제공 웰콤
‘어, 저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요즘 광고 가운데는 ‘기성세대에겐 너무 어려운’ 장면이 적지 않다.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 광고의 경우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소재로 삼아 언뜻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웰콤이 최근 ‘부기카’라는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 카스의 광고도 이 가운데 하나. 여기저기 녹슨 차가 놓여 있는 폐차장에서 4, 5명의 젊은 남녀가 무엇인가를 해체하고 조립한다. “뭐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쯤 완성품인 자동차가 나온다. 그런데 이 차는 멋지게 질주하는 게 아니라 키가 성큼 높아지더니 아래, 위로 흔들거린다. 차를 조립했던 남녀들은 차의 움직임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춘다.

애니콜 뮤직 배틀편 - 사진제공 제일기획

웰콤측은 “부기카는 차 높이를 높여 아래, 위로 움직이게 만드는 등 개성에 맞게 개조하는 것”이라며 “미국 호주 등에서는 부기카 동호회가 구성돼 놀이기구처럼 타고 즐기거나 부기카로 경주할 정도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다음 달 초 TV에 상영될 팬택&큐리텔의 광고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플래시 몹’을 소재로 했다. 플래시 몹은 인터넷 등을 통한 번개모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길거리에서 깜짝쇼를 벌이며 즐기는 놀이다. 최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10대와 20대 수백 명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시민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광고의 내용은 인천공항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누워 있다가 가수 보아가 휴대전화를 들어올리면 이 동작에 맞춰 일제히 일어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

광고를 제작한 대보기획측은 “카메라폰의 특징이 130만 화소로 ‘살아 있는’ 듯 생생한 화면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일어나는 행동으로 ‘살아남’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KTF 길거리 농구편 - 사진제공 웰콤

지난해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에 등장한 ‘댄스 배틀’과 ‘뮤직 배틀’도 힙합에서 유래한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를 활용한 것. 길거리에서 양 팀의 ‘선수’들이 번갈아 기량을 선보이고 관중의 반응으로 승패를 가른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측은 “18∼24세를 타깃으로 이들이 가장 트렌디하게 느낄 소재를 찾았다”며 “영화 등을 통해 이들 세대에게는 이미 온갖 ‘배틀’이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 쉽게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KTF도 지난달 ‘번호이동 퀴즈 프로모션’에 농구 묘기의 1인자를 모델로 채용했다. 10대와 20대 초반들이 농구 묘기대회를 가질 정도로 길거리 농구경기에 관심이 높기 때문.

대보기획측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더라도 타깃 층에 인기가 높은 놀이문화를 소재로 활용하면 광고 효과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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