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초월 인재 확보하라"…글로벌기업 사활건 전쟁

  • 입력 2004년 1월 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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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매년 전 세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대회를 연다. 대학생 3명이 한 팀이 돼 인터넷에서 5주 동안 가상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며 참가자들과 실력을 겨루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8000여개 팀이 참가했다.

시장 점유율, 고객 평가 등을 토대로 가상 주식지수를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위 입상자에게는 입사시 특혜가 주어진다. 지원자가 제 발로 찾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는 전략인 셈이다.

로레알코리아의 피에르 이브 아르젤 사장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타사 직원을 수시로 빼오는 근시안적인 관행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 미국 기업에서 시작된 ‘핵심인재 확보 전쟁(War for talent)’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우수한 인재를 찾아 국경을 넘나들고,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제시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음에 드는 인재가 있으면 아예 그 회사를 합병해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MS사는 인재발굴팀을 운영해 세계 각국에서 인재를 찾아내고 있다. 2002년 채용한 인력 5000명 중에서 이력서를 접수하는 전통 방식으로 채용한 직원은 25%에 불과하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만 브러더스는 지난해 좋은 인재를 추천하는 직원에게 최고 1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벌과 자격증으로 결정되는 한국 기업의 인재상과도 꽤 거리가 있다. 우수한 인재의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해 소수 핵심인력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1981년 취임 이후 핵심 인재로 8만5000여명을 선발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급이 직접 맡도록 제도화했다. 그가 세운 크로턴빌 연수원은 GE를 이끌 핵심인력 양성의 거점이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은 취임 후 ‘핵심인재 확보 전쟁’을 선언하고 회사를 이끌 핵심인재 그룹을 만들었다. 매년 직원을 평가해 상위인력을 핵심인재 풀에 포함시키고 인재관리시스템(TMS)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전사적 인력관리로 잘 알려진 도요타도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2002년 1월 사내대학인 도요타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도요타 방식’의 글로벌 핵심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소니도 2001년부터 차세대 경영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영인적자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기업들의 핵심인재 발굴 및 육성 전략
기업 특징
GE‘열정’을 가진 핵심인재 육성, 크로턴빌 연수원 운영
HP핵심인재 풀을 구성, 인재관리시스템(TMS) 운영
MS인재발굴팀을 통해 글로벌 인재 발굴
리만 브러더스인재 추천 직원에게 1만달러 포상금 지급
소니사내 대학과 경영인적자원위원회 운영
도요타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지 리더’ 양성, 도요타 인스티튜트 운영
로레알온라인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 대회인 ‘e스트래트’와 국제 마케팅 대회인 ‘마케팅 어워드’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 발굴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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