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앞둔 공기업 인사 주목한다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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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올해 공기업 인사 폭이 예년보다 클 것임을 시사했다. 경영성적 ‘양’ ‘가’는 물론 ‘미’를 받은 장(長)까지도 경질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인사의 적실성 시비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올해는 총선이 있어서 더 걱정스럽다. 행여 공천 탈락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또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선거구에 내보내는 반대급부로 자리를 약속하는 식의 인사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기업 및 산하기관은 줄잡아 500여개에 이른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종업원만 20여만명이고 예산은 100여조원에 이른다. 이런 공기업을 과거 정권에서 보듯 정치적 ‘신세 갚기’나 ‘노후 보장’ 차원에서 전문성도 없고 경영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맡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부적격자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 노조는 격렬한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사장은 이면합의를 통해 임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경영은 그만큼 더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과거 우리 공기업 인사의 전형이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서 공기업을 수익성, 전문성, 개혁성이 필요한 기업으로 나누고 이에 맞춰 인사를 하는 등 개선 노력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총선을 앞두고 과거의 악폐가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

사장공모제나 추천위원회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해 낙하산 인사나 내부 순혈주의 폐해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CEO를 찾아내 공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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