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1만여명 빠져나가…번호이동성제 시행 이틀째

  • 입력 2004년 1월 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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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회사 옮길래요”1일부터 휴대전화 010 통합번호와 번호이동성제도가 시작됐다. 2일까지 8000여명의 SK텔레콤 가입자가 자기 번호를 가진 채 서비스사업자를 바꿨다. 박영대기자
“서비스회사 옮길래요”
1일부터 휴대전화 010 통합번호와 번호이동성제도가 시작됐다. 2일까지 8000여명의 SK텔레콤 가입자가 자기 번호를 가진 채 서비스사업자를 바꿨다. 박영대기자
1일 번호이동성 제도 시작과 동시에 SK텔레콤 가입자 3067명이 가입해지를 한 뒤 기존번호를 유지한 채 LG텔레콤이나 KTF에 신규 가입했다. 이는 이동통신 3사를 통틀어 하루 평균 가입자 수 400여명의 약 8배에 가까운 수치.

2일에도 8700여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 SK텔레콤은 초비상이 걸렸다. 반면 LG텔레콤과 KTF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전 직원을 전방에 배치하고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번호이동 실태=1일 사업자변경 신청을 한 SK텔레콤 가입자는 6112명.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SK텔레콤의 해지기능에 오류가 발생, 실제로 사업자를 바꾼 신청자는 3067명이었다. 이 중 KTF로 옮긴 가입자는 1703명, LG텔레콤으로 간 가입자는 1364명. 전산망이 정상 작동한 2일 번호이동한 사람은 KTF 4192명, LG텔레콤 7604명 등 1만1796명이었다.

오류가 발생하자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번호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즉각 비난했고 SK텔레콤측은 “요금정산 기능에 일부 이상이 생긴 데다 번호이동센터의 업무 미숙으로 인증이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산망은 오후 3시경 정상화됐다.

SK텔레콤은 해지가입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14일 이내에 다시 돌아오면 별도의 비용 없이 기존 가입상태를 유지해 주겠다”며 안내하고 있다. 또 기존 가입자의 통화연결음에 “SK텔레콤 네트워크”라는 안내 음성을 삽입했다. 이에 대해 KTF와 LG텔레콤측은 “불법으로 재가입을 권유하고, 통화대기음에 무단으로 광고를 삽입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통신위원회에 제소를 검토 중.

▽‘무법 마케팅’ 예고=정통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약정할인제를 타사업자보다 2.5∼21.6% 비싼 수준에서 2일 인가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 사이의 요금 차이가 크게 줄게 됐고 이동통신 3사는 무한 서비스 경쟁에 돌입할 전망. 업체대리점들은 벌써부터 “약정기간 동안 할인받는 금액이면 새 단말기 할부금을 내고도 남는다”며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과장광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약정할인으로 50만원대의 신형 단말기 할부금을 상쇄하려면 24개월간 월 10만원가량의 이용요금을 내야 한다. 이 정도 이용요금을 내는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5% 미만.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김치동 과장은 “번호이동성에 악영향을 주는 마케팅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점유율과 주가관리에 혈안이 돼 있는 업계의 행태로 볼 때 정부의 감시가 먹혀들지 의문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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