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믿고 집계약 마세요…대출금 산정방식 변경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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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을 생각으로 무작정 상가나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출 금액 계산 방식이 달라져 기대만큼 많은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32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42)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작은 상가를 하나 사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한 뒤 500만원을 걸고 계약을 했다. 중도금 3000만원 정도야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쉽게 빌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에 간 김씨는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기껏해야 12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대출 한도 계산 방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은행이 평가한 아파트 시가는 1억5000만원. 지난달부터 40%로 낮아진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에 따라 일단 6000만원이 1차 대출 한도다.

은행은 여기서 김씨가 아파트를 살 때 대출을 받으며 설정한 선순위 저당권 2400만원과 전세입자 소액임차보증금 2400만원을 또 뺐다.

종전 계산방식에 따르면 김씨는 408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아파트 시가에서 선순위 저당권과 소액임차보증금 4800만원을 먼저 뺀 1억200만원에서 40%를 대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김씨는 계약금 500만원을 포기해야 했다.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돈 한 푼 없이 집을 사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회사원 박모씨(40)는 전세 8000만원을 안고 아파트를 샀다. 그는 최근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아파트 시가 2억원의 40%인 8000만원에서 전세금 8000만원을 빼니 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 시세표를 참고했던 은행 가운데 상당수가 이제는 국세청 기준시가나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가를 인용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담보가치만 보지 않고 개인의 소득과 상환능력이 낮으면 대출 금액을 깎는 ‘가계여신 한도제’를 지난달 24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한편 월 소득이 150만원보다 적은 초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다른 소득층에 비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민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면 자칫 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전국 18개 도시 339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의 연 소득 대비 대출금액 비율(DTI)은 1년 전(1.50배)보다 늘어난 1.67배였다.

특히 월 소득 15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DTI는 작년(3.08배)보다 늘어난 3.71배로 다른 상위 소득구간의 1.22∼1.61배보다 훨씬 높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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