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채권단 대책 비상]카드사 적자 위험수위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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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카드업계의 위기가 자칫 올 3월 있었던 ‘카드채 사태’ 재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직접적 동인(動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카드사는 물론 금융감독당국과 채권 은행권까지 카드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일부 카드사에 대해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부도 처리’도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는 등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고 있다.

▽“LG카드를 살려라”=LG그룹은 LG카드 회생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카드에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구본무(具本茂)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등을 담보로 은행권에 2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채권 은행권은 일단 긍정적이다. LG카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원 여부와 규모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협의를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LG카드를 지원할 경우 자금 지원과 함께 카드채 및 기업어음(CP) 만기연장이 뼈대가 될 전망이다.

LG그룹이 1조원 자본확충 계획에 이어 다시 은행권에 2조원을 지원 요청한 것은 LG카드 카드채 발행이 거의 안 되는 상태에서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및 CP가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자금난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이순우 단장은 “17일 저녁 채권단 실무자 회의에서 LG카드 경영주의 의지를 연말까지는 보여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궁지에 몰린 외환카드=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외환카드도 대주주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금감위에 긴급 지원을 요청해 이르면 19일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외환카드는 6월 11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올해 들어 9월 말까지의 누적적자가 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외환카드측은 “당장 다음 주에 막아야 할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번 주 중 대주주 입장이 안 나오면 사정이 대단히 어려워진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외환은행은 대주주들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외환은행과의 합병, 해외매각 등 다각도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카드 대주주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2대 주주인 올림푸스 캐피털간의 입장이 엇갈려 어떤 결론이 나올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편 시재금 3조2000억원을 쌓아두고 있는 삼성카드는 “앞으로 6∼7개월은 버틸 수 있다”며 다소 여유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카드 역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우리카드는 올해 들어 9월 말까지의 누적적자가 8898억원에 이르고 올해 순손실이 최악의 경우 1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8월에 예상했던 추가 증자금액 1200억원보다 규모가 늘어난 수준의 증자(增資)를 검토하고 있어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비상체제 들어간 금융감독당국=금융감독위원회는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6일 밤에도 이와 관련해 은행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위는 외환카드의 경우 외환은행과의 합병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주주 등이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않아 외환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경우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외환카드측을 압박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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