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뿌리가 흔들린다…제조업, 일자리 크게 줄어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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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품 생산업체로 1995년 중국에 진출한 A사는 최근 칭다오(靑島)에 있는 공장을 3배로 확장했다. 현지 직원은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다.

그 사이 한국 공장의 생산직 직원은 100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이제 한국 본사는 사실상 연구개발(R&D) 기능만 한다.

A사 관계자는 “생산직 기준으로 한국 직원 월급이 중국의 10배”라며 “임금 차가 너무 커서 중국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한국 탈출이 갈수록 늘고 있으나 이를 대신할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서비스업은 그만큼 성장하지 않아 산업공동화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황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내고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제조업 일자리 88만개 감소=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94년까지만 해도 연간 1000여건이었던 제조업의 해외투자 건수가 지난해에는 1800여건으로 80% 증가했다. 해외투자도 국내설비 투자의 10%에 근접했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도 해외이전 바람에 휩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올 6월 한 달 동안 제조업 신설법인수는 50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4개)의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도 90년 504만개에서 올해는 416만개로 13년 사이에 88만개가 사라졌다.

▽한국기업, 중국에서 100만명 고용창출=보고서는 제조업 공동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을 꼽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고용한 인원은 79만명. 그 사이 중국 투자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고용인원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상의는 중국 임금수준이 한국의 10분의 1인 만큼 국내에서는 이 때문에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중국 지방 정부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국내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해외투자를 ‘싹쓸이’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옌타이(煙臺) 투자설명회에는 600여명의 국내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20여개 기업이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

▽성장잠재력도 ‘적신호’=보고서는 제조업 공동화를 보완할 국내 서비스업의 성장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와 제조업지원 등 ‘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이 6.9%로 선진국(13∼20%)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경제성장 기여도가 낮은 음식 숙박업 등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은 21%로 미국(15.2%) 등에 비해 높다는 것.

대한상의 손세원 경영조사팀 팀장은 “제조업 공동화가 지속된다면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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