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트 부활이냐 추락이냐…파산 벗어나며 대대적 마케팅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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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트. 바로 지금, 바로 여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할인 유통체인 K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에 돌입했다. 올 5월 1년 4개월 만에 법원의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난 후 새로운 자체브랜드 개발과 집중적인 광고홍보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K마트의 변신 노력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와 금융계의 시선은 그리 밝지 못하다. 올 2·4분기(4∼6월) K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50억달러. 세후(稅後) 손실액도 500만달러에 이른다.

▽‘가격전쟁’에서의 패배=90년대초까지 미국 최고의 유통체인 브랜드로 통했던 K마트의 몰락은 월마트의 성장 신화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파산에 이르기 전 K마트는 미국 전역에 2100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연평균 3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월마트 점포 수는 이보다 50% 정도 더 많은 3200여개. 그러나 연평균 매출액은 K마트의 7배에 육박하는 2400억달러에 달했다.

K마트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월마트와의 소모적인 가격 경쟁 때문. 2001년 K마트는 3만여종의 상품에 대해 월마트보다 3∼5% 정도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고객 유인에 나섰다.

K마트보다 훨씬 유리한 구매조건을 갖춘 월마트가 더 낮은 가격으로 K마트에 맞선 것은 당연한 일. 출혈 경쟁을 이기지 못한 K마트는 지난해 1월 전격적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 기간 K마트는 500여개 점포를 폐쇄하고 24만2000명의 직원 중 6만7000명을 해고했다.

▽월마트와 ‘공존’하라=전문가들은 K마트가 월마트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대신 도시지역에 몰려 있는 점포의 특성을 살려 흑인, 히스패닉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K마트가 월마트를 앞설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브랜드 개발.

저가(低價) 정책을 고수해온 월마트와는 달리 K마트는 유명인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 K마트는 미국 주부들의 ‘우상’으로 통하는 마사 스튜어트가 만든 가정용품을 독점 판매해 전체 매출의 4%에 해당하는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K마트가 월마트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성공작’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베인&컴퍼니 컨설팅의 유통담당 컨설턴트인 마이클 콜린스는 “K마트는 경영부진 만회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계속 교체하면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울 수 없었다”면서 “K마트가 월마트 ‘타도’에서 ‘공존’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2등 고수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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