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만으론 성장한계…안방기업 "해외진출 고민되네"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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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국제사업팀은 요즘 미국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뉴욕 소호 지구(地區) 한복판에 ‘아모레퍼시픽’ 전문매장을 개설한 지 한 달째. 뉴욕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도 9월 중순에 입점했지만 아직 반응은 미지근하다.

태평양 김봉환 국제사업팀장은 “어차피 2, 3년은 고생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마당에 내수에만 의존하면 성장이 멈춰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우량 내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독점적 위치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가 불안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내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코드’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애를 먹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은 ‘안방기업’들의 전략=풀무원은 작년 미국 뉴욕에 두부공장을 지은 데 이어 올해 8월 로스앤젤레스에도 두부공장을 세웠다. 풀무원 유인택 홍보팀 차장은 “판로 확보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인 ‘홀 푸드 마켓’에 납품을 시작했다”며 “현지 콩 제품 기술연구소에서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건강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역시 로스앤젤레스에 라면공장을 짓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2800만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내년 초 착공되는 이 공장은 북미(北美)시장 공략을 위한 일종의 기지가 된다.

굿모닝신한증권 송지현 애널리스트는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성장하지 못하면 해태나 진로 등 굴지의 그룹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이 내수기업들의 공통 인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한국식품이나 통신업체 등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다는 설명이다.

▽여기저기 넘어야 할 걸림돌=그러나 내수기업의 특성상 현지의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마케팅 등도 쉽지 않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수익을 내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SK텔레콤은 국가의 규제를 받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 8개국에 진출했지만 베트남 등에서는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가 아직 1만명 수준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해외시장에 못 나간다”며 “수익을 장담할 수 없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미국의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코카콜라나 P&G, 맥도널드 등의 매출과 주가가 수십년간 계속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한 결과”라며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종별 1등 내수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황
회사국내
시장점유율
해외진출 투자비해외진출 내용
농심라면 70%
스낵 35%
중국 3700만달러
미국 2800만달러
-96년 중국 상하이에 라면공장 설립. 이후 청두와 선양으로 공장설립 확대
-2004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라면공장 착공 예정
풀무원포장두부 75%110억여원-95년 로스앤젤레스에 제1 두부공장, 2003년 제3공장 설립
-2002년 로스앤젤레스에 콩제품 기술연구소, 뉴욕에 두부공장 설립
-2003년 미국 유명 유통업체 판로 확보
태평양화장품 30%850억원-97년 프랑스에 ‘로리타 렘피카’ 향수 시판
-2003년 9월 미국 뉴욕에 ‘아모레퍼시픽’ 전문 매장 개점
-중국 백화점 등 올해 30개 매장 입점 계획
SK
텔레콤
이동통신 54%3300만달러가량-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이스라엘 대만 등 8개국에 진출
-지분투자 형태나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 턴키 방식의 이동통신 플랫폼 수출
자료:각 회사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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