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이름이 길수록 맛있다?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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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제품에 외기 어려울 정도로 긴 이름들이 유행하고 있다.

제품 이름만 보면 바로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타사 제품에는 없는 특정 재료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 중에는 긴 이름 덕분인지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적지 않아 ‘긴 이름 짓기’ 유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신동방이 최근 내놓은 김 이름은 ‘해표 들기름을 발라 더욱 고소한 재래김’으로 무려 16자에 이른다. 오뚜기는 ‘건더기가 풍부한 파스타 스프’라는 12자짜리 장명(長名)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 김승범씨는 “수프 하면 간식거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파스타와 양송이 브로컬리 등 건더기가 많이 들어간 점에 착안해 이름을 길게 붙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CJ는 8월 초 ‘양념간장이 촉촉한 장조림’이라는 11자짜리 이름의 제품을 시판했는데 판매 한달만에 3억원 어치를 팔았다.

매일유업은 ‘뼈로 가는 칼슘두유 검은콩 진’, 남양유업은 ‘우유속 진짜 딸기 과즙 듬뿍’ 등의 긴 이름을 각각 제품명으로 채택했다.

롯데칠성은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긴 이름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경우다. 뭐가 부족한지 애매모호한 ‘2% 부족할 때’라는 이름의 이 음료는 연간 매출액이 1500억원에 이른다.

웬만한 음료업체의 1년치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회사 입장에서는 대단한 효자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올 들어서는 ‘2% 부족할 때 DBH’로 이름을 더 길게 바꾸며 궁금증을 배가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DBH는 ‘몸과 마음을 적셔주는’이라는 뜻의 영어 첫글자 모음.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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