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태를 계기로 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모회사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전체 계열사의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교훈을 얻은 것. 오너들은 계열사간 지분율을 조정하거나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친정체제 구축=한화그룹은 4월부터 김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회장은 4, 7, 9월 등 3차례에 걸쳐 한화유통이 갖고 있던 ㈜한화 지분 9.83%를 모두 인수해 개인지분율을 12.86%에서 무려 22.69%로 높였다.
㈜한화는 김 회장과 자사주(13.94%), 한화증권(4.9%) 등을 합한 지분율이 44.5%로 높아져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한화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분변동을 통해 김 회장의 지배력은 대폭 강화됐다.
한화그룹은 또 8월에 한화종합화학 및 한화석유화학의 대한생명 지분 12%를 ㈜한화에, 한화국토개발의 지분 3.1%를 한화건설에 넘겼다. 한화건설은 ㈜한화가 100% 주주다.
이처럼 김 회장이 ㈜한화를 지배하고 ㈜한화가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한생명을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 김 회장은 대한생명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대신 한화증권 주식 100만주를 한화국토개발에 넘겨 지분율이 6.8%에서 4.4%로 낮아졌으며 한화국토개발은 4.4%에서 6.8%로 높아졌다.
▽코오롱과 현대자동차도 경영권방어=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SK사태가 한창이던 5월중순 4차례에서 걸쳐 ㈜코오롱 주식을 59만주 매입해 지분율을 13.15%에서 16.75%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도 같은 시기 11만4720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2.75%에서 3.08%로 높아졌다.
㈜코오롱은 SK㈜처럼 알짜배기 자회사들의 대주주이지만 주가가 싸고 최대주주의 지분율마저 낮아 항상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돼왔다.
㈜코오롱은 6월말 현재 △FnC코오롱(지분율 24.7%) △코오롱정보통신(35.0%) △코오롱인터내셔널 (24.7%) △코오롱건설(10.1%) △코오롱유화(21.3%) 등을 지배하고 있는 그룹의 모회사다.
코오롱그룹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개인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도 8월말 시장에서 70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4.08%에서 4.4%로 높혔다.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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