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에 놀란 기업들 경영권방어 비상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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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인 소버린자산운용의 SK㈜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이후 대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방어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SK사태를 계기로 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모회사의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전체 계열사의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교훈을 얻은 것. 오너들은 계열사간 지분율을 조정하거나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친정체제 구축=한화그룹은 4월부터 김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회장은 4, 7, 9월 등 3차례에 걸쳐 한화유통이 갖고 있던 ㈜한화 지분 9.83%를 모두 인수해 개인지분율을 12.86%에서 무려 22.69%로 높였다.

㈜한화는 김 회장과 자사주(13.94%), 한화증권(4.9%) 등을 합한 지분율이 44.5%로 높아져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한화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분변동을 통해 김 회장의 지배력은 대폭 강화됐다.

한화그룹은 또 8월에 한화종합화학 및 한화석유화학의 대한생명 지분 12%를 ㈜한화에, 한화국토개발의 지분 3.1%를 한화건설에 넘겼다. 한화건설은 ㈜한화가 100% 주주다.

이처럼 김 회장이 ㈜한화를 지배하고 ㈜한화가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한생명을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 김 회장은 대한생명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대신 한화증권 주식 100만주를 한화국토개발에 넘겨 지분율이 6.8%에서 4.4%로 낮아졌으며 한화국토개발은 4.4%에서 6.8%로 높아졌다.

▽코오롱과 현대자동차도 경영권방어=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SK사태가 한창이던 5월중순 4차례에서 걸쳐 ㈜코오롱 주식을 59만주 매입해 지분율을 13.15%에서 16.75%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도 같은 시기 11만4720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2.75%에서 3.08%로 높아졌다.

㈜코오롱은 SK㈜처럼 알짜배기 자회사들의 대주주이지만 주가가 싸고 최대주주의 지분율마저 낮아 항상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돼왔다.

㈜코오롱은 6월말 현재 △FnC코오롱(지분율 24.7%) △코오롱정보통신(35.0%) △코오롱인터내셔널 (24.7%) △코오롱건설(10.1%) △코오롱유화(21.3%) 등을 지배하고 있는 그룹의 모회사다.

코오롱그룹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개인차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도 8월말 시장에서 70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4.08%에서 4.4%로 높혔다.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 지분 5%를 추가로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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