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4%대 예고…한국 저성장시대 진입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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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낮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는 한국에서 ‘저(低)성장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4일 “한은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잡아 통화정책을 써 왔지만 올해 들어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잠재 성장률을 다시 산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연말까지 현실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부진, 노동 공급 능력의 감소,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족 등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은 이미 하락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는 앞으로 성장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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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석에서 높은 권위를 갖고 있는 한은이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낮춰 잡는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고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정책목표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崔慶洙)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실업률이 0.2%포인트 정도 증가한다”며 “현재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청년층을 정상적인 수준에서 고용하려면 평균 5% 내외의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이에 앞서 올 2월 한국이 경제제도와 대외개방 수준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2003∼2007년 4.8%, 2008∼2012년 4.5%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KDI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7.8% △1990년대 전반 6.6%, △1990년대 후반 6.0% 등으로 계속 낮아져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 하향조정 움직임은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저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라며 “5% 이상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없이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최고치. 따라서 한은이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대로 하향조정한다면 앞으로 물가상승 없이 그 이상의 실질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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