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인데…" 개미들 속앓이…외국인 집중매입에 기회놓쳐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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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주식을 사들이고,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 팔고….’

외국인들은 5월부터 이달 3일까지 무려 8조38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반면 개인들은 같은 기간 5조3675억원어치를 순(純)매도했다. 시장(市場)을 보는 양쪽의 시각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경기진단에 대한 차이=외국인들은 한국의 내수경기가 바닥 언저리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반면 개인들은 내수 위축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들에겐 체감경기가 더 중요한 투자지표다.

박용선 SK증권 종로지점장은 “경기가 좋지 않은 데도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데 대해 의아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전 세계 투자 대상국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뚜렷한 회복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일본과 독일도 이에 가세할 징조를 보이자 저평가된 아시아 증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

김석규 B&F투자자문사장은 “미국 경기의 회복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수출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침체에 빠진 내수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외국인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방식의 차이=한국증시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현재 45%(보유주식수 기준)에 이른다. 반면 미국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간접투자 펀드에 가입해 있다.

미국의 시중자금은 최근 6개월째 주식형펀드로 800억달러가량 순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CI(한국의 투자신탁협회 기능을 하는 곳)에 따르면 8월에는 채권형펀드에서 100억달러가 빠져나와 주식형펀드로 이동했다. 채권형펀드에서 돈이 빠진 것은 19개월 만에 처음이라는 것.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사장은 “외국인들은 이렇게 모인 주식 매수자금으로 한국의 우량주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다음 경기가 회복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주식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개인들은 경기위축 외에도 잇따른 노동계의 파업, 북한핵문제, 정권교체기의 불안심리 등에 휩쓸려 투자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개인=외국인들은 ‘멀리 보고’, 개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시장에 관심을 쏟다보니 투자종목도 다르다. 외국인들은 시장 선도주를 매집하는 선행(先行)투자형인 반면 개인들은 상승대열에서 이탈한 소외주 중심으로 그날그날 종목을 고르는 후행(後行)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영일 국민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많이 오른 우량주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시각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용선 SK증권 종로지점장은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대세로 인정하는 추세이지만 정작 종목을 고를 때는 싼 주식에 주로 손을 댄다”며 “개인들도 ‘생각’과 ‘실제 매매’가 따로 움직이는 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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