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나흘째]건설업계 “시멘트 재고 바닥” 비명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5분


코멘트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를 맞은 2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국군 수송부대 항만운영단 병력이 군 차량을 동원해 컨테이너 수송에 나서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를 맞은 2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국군 수송부대 항만운영단 병력이 군 차량을 동원해 컨테이너 수송에 나서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시멘트를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레미콘과 건설업계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하는 등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직격탄 맞은 시멘트와 건설업계=화물연대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시멘트업계이다.

쌍용양회의 경우 강원 영월 및 동해공장에서 하루 평균 4만∼5만t의 시멘트를 생산, 전국 30여개 출하기지로 보내고 있으나 정작 출하기지에 발이 묶여 시멘트를 최종 소비지인 건설현장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 평균 1만1000t의 시멘트를 전국에 공급해온 성신양회는 21일까지는 비(非)조합원 차량 100대가량을 이용해 시멘트를 일부 공급해왔으나 22일 이후 신변위협 등을 우려한 비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이마저 중단됐다.

현대시멘트 단양 영월공장(하루평균 생산량 1만t)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2500∼3000t) 등도 이번 파업으로 사실상 나흘째 일손을 놓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수송중단에 따른 피해가 하루평균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시멘트 수송중단이 계속되면서 시멘트를 공급받아 2차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업계와 시멘트 및 레미콘을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계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재고물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레미콘업체의 경우 이미 재고물량이 떨어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량이 적은 주말이 낀 데다 비까지 많이 내려 시멘트 수요가 줄긴 했지만 재고물량이 얼마 없어 걱정”이라면서 “이번 주 초부터는 시멘트공사를 하지 못하는 건설현장이 하나 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산업 현장의 피해=24일 오후 3시 현재 부산항의 경우 항만 내 작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파업 첫날인 21일(2만284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79.7%에서 23% 포인트 가량 줄어든 56.8%에 머물렀다. 반면 장치율(화물의 점유율)은 점점 상승해 21일 58.8%에서 이날은 61.8%로 높아졌다.

광양항은 부두 내 컨테이너 이동배치로 인해 전날에 비해서는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평소의 35.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 화물운송 거점인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도 운송회사 소속 화물차만 운행되면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이날 오후 3시 현재 1127TEU로 평소 일요일 처리량 1700TEU의 66%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화물차를 이용한 수송은 317TEU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철도를 이용했다.

육로 수송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의 피해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물동량을 대부분 육로로 수송하는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화물연대의 파업 예고에 따라 재고를 상당량 확보하고 회사비상차량 등을 활용, 하루 800t의 물량을 수송해왔으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정상 조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

이 밖에 철강 섬유 전자 자동차 등 수출물량 비중이 높은 업종들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외국船社 “계속 이러면…”▼

그랜드 얼라이언스(GA) 구성회사
회사국적
P&O영국
NYK일본
하파그 로이드독일
MISC말레이시아
OOCL대만
자료:해양수산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물류 피해가 확산되면서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계 선박회사들이 동요하고 있다.

24일 한국에 대리점을 둔 외국계 선박회사들의 모임인 그랜드 얼라이언스(GA)에 따르면 이들은 화물연대의 파업동향을 주시하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독일계 하파그 로이드사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GA에서 부산항 입항을 중단하겠다는 논의나 결정은 하지 않았으나 장치율이 높아지면 수출입화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치율이란 항만에서 컨테이너가 점유하는 비율. 이날 정오 현재 부산항의 장치율은 61.3% 수준으로 21일 58.8%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대표회사격인 영국계 P&O와 일본계 NYK 등은 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및 정부, 주요 화주(貨主)의 소송 움직임 등을 본사에 보고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도 외국계 선박회사들의 동요를 달래기 위해 허성관(許成寬) 장관의 명의로 협조 서신을 보내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파업이 한 달 이상 장기화되는 등 최악의 경우에는 외국 선박회사들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밖에 없기 때문.

허 장관은 23일 발송된 서신에서 “운송 거부사태 기간 중 외국 국적 선사(船社)의 국내항간 운송을 허용하고 컨테이너부두 인근에 임시 장치장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정부 대책을 소개했다.

그는 또 “부산 및 광양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이 당초 스케줄에 따라 운항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며 “기대에 부응해 차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허 장관은 22일 국내 선박회사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전달하고 화물연대의 운송방해 행위를 철저히 차단할 것을 약속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