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리모델링중]<상>재건축규제로 리모델링 뜬다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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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현대화재해상빌딩 전경. 최근 들어 건축물 리모델링이 활발해지고 있다. 건축물 재건축에 따른 규제가 강화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김동주기자
막바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현대화재해상빌딩 전경. 최근 들어 건축물 리모델링이 활발해지고 있다. 건축물 재건축에 따른 규제가 강화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김동주기자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은 자원낭비, 환경훼손 등 많은 문제를 낳는다. 그래서 골조 등 주요 부위를 그대로 남겨둔 채 보수 보강공사만 하는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제시되곤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체 건설공사의 30∼50%가량이 리모델링공사일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리모델링사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서려면 보완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2회에 걸쳐 한국 리모델링시장의 현주소와 리모델링 선진국 독일의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 리모델링산업의 미래를 점쳐 본다.》

지금 서울 도심은 리모델링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을 필두로 대한상공회의소, 옛 한일은행 본점 등 공사비만 100억원대를 넘는 초대형 리모델링공사만 20여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아파트 리모델링도 활발하다. 지난달 28일 마포구 용강동 ‘용강시범아파트’(300가구) 9개 동(棟) 가운데 2개 동이 리모델링한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10여개의 아파트가 리모델링했거나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왜 리모델링인가=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 관련 규제 강화다. 도심의 과밀 개발을 막기 위해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바닥 총면적의 비율) 등이 낮춰지면서 재건축하면 오히려 건물을 작게 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재건축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건축물의 성능 개량 요구가 커진 것도 원인이다. 또 이 같은 수요를 충당할 만큼 건축기술이 발전하기도 했다. 신형 건물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 새 건물이나 아파트를 지을 만한 토지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근거로 2001년 10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리모델링 시장은 2005년에는 14조3000억원, 2010년에는 20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체 건설시장의 15∼20% 정도 수준에 해당한다.

주택부문은 2001년 6조3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무려 2배가 넘는 1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주택건설시장의 20∼2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용적률 150% 이상으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리모델링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결 과제도 있다=정부도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관련 제도를 신설하거나 보완해 왔다. 하지만 그 수준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느리고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주거 수준을 개선시키는 바람직한 활동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단기적으로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아파트가 거주 수단일뿐 아니라 투자 대상이기도 한 한국의 여건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선 세제와 금융 관련 지원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말한다. 특히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한 부가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의 재건축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규모에 관계없이 공사비의 10%를 부가세로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마포구 용강아파트 리모델링은 공사비(가구당 평균 4680만원)의 10%인 425만원을 부가세로 내야 한다. 이 아파트를 재건축했다면 부가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

건설교통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전용면적 25.7평 이하 리모델링아파트의 부가세 면제를 추진했으나 재정경제부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또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 확대와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세대 수를 늘리거나 두 집을 한 집으로 통합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현황
구분시공사규모사업기간비고
강남구 개포동 공무원아파트쌍용건설12층, 10개동,1675가구2002년 11월∼2004년 12월화장실 다용도실 주방 일부 보수
마포구 용강동 용강시범아파트대림산업5층, 2개동, 60가구2002년 6월∼2003년 7월리모델링 시범사업
강남구 압구정동아크로빌대림산업14층, 1개동, 56가구2002년 9월∼2004년 2월최초로 일반분양한 리모델링아파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4동삼성건설14층, 1개동, 96가구2004년 중 착공 예정조합을 구성해 추진한 최초의 리모델링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1동대림산업12층, 1개동, 72가구2003년 10월 착공 예정복도형을 계단형으로 개조
강남구 신사동 삼지아파트삼성건설1개동, 60가구2004년 중 착공 예정23평형을 32평형으로 확장
용산구 동부이촌동 리버뷰맨션삼성건설1개동, 56가구2004년 중 착공 예정주상복합형 아파트 리모델링
용산구 동부이촌동 로얄아파트대림산업14층, 1개동, 80가구2003년 말 착공 예정수영장을 지하주차장으로 리모델링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1,72동삼성건설14층, 1개동, 224가구2004년 4월 착공 예정35평형을 51평형으로 확장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쌍용건설12층, 3개동, 216가구2004년 중 착공 예정면적 5∼7평 확장
영등포구 양평동 현대아파트 3차현대산업-2001년 8월∼2001년 11월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개조
자료:한국리모델링협회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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