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아파트 규제 법규 있긴 있나?

  • 입력 2003년 8월 17일 17시 20분


코멘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실시된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도 규제 대상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재건축 아파트값=월간 부동산뱅크(www.neonet.co.kr)가 지난달 초 대비 12일 현재 강남권 재건축 단계별 주요 아파트의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안전진단 신청단계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5억3000만∼5억7000만원에서 6억∼6억3000만원으로 평균 10% 가량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 15차 아파트 45평형도 같은 기간에 1억원(평균상승률 12%)가량 오른 9억∼9억5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정밀 안전진단 신청 단계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총면적) 조정 등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개포동 주공 2단지 16평형 역시 같은 기간에 16%의 평균가격상승률을 보였다.

게다가 강동구 고덕 주공 2단지 아파트 15평형(9%),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3단지 23평형(9%),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4차 아파트 44평형(10%) 등 안전진단을 밟지 않은 아파트도 대부분 10% 안팎의 높은 평균가격상승률을 보였다.

도정법에 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토지개발 가능 수준을 결정하는 종(種) 세분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 아파트의 가격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이 경우 용적률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투자 수익률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곳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개포 주공 1단지로 11평형은 12일 현재 7월 초보다 평균 4000만원(상승률 12%)이 올라 3억8000만∼3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청담동 삼익 35평형도 같은 기간에 평균 3000만원(6%) 오른 5억2000만∼6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왜 이러나=이 같은 시세의 움직임은 도정법 시행으로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거나 종 세분화 등에 따른 투자위험성 증가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와 주식시장의 침체,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 등이 근본 원인이지만 지방자치 단체에 위임한 세부 내용이 조례 등으로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투자자들이 규제 내용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도정법에 따르면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자체가 안전진단 평가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통과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나 일선 자치단체의 경우 평가위원회 선정은 물론 안전진단 통과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뱅크의 양해근 리서치팀장은 “도정법 실시에 따라 어떤 단지가 어떻게 규제받는가가 모호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선 관련 법규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