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개 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집…투자차익 노린듯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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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방어에 나선 가운데 이 회사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인 외국인투자자의 정체가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보다는 투자차익을 노린 일반적인 투자자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기업가치 좋게 본 6, 7개 펀드”=외국인의 현대엘리베이터 매수 창구인 삼성증권 해외법인영업팀 관계자는 14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유럽과 아시아계 6, 7개 펀드”라며 “이들 펀드 중 한 곳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이미 5% 이상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회사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M&A를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주식 5% 이상을 취득한 투자자는 결제 후 5일 이내에 공시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음주 초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많이 매입한 외국인의 정체가 드러날 예정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이 회사 주식 3만3780주를 사들여 지분이 11.81%로 높아졌다. 주가도 6일째 상한가를 치며 주당 2만8750원으로 올랐다.

▽‘백기사’로 나선 ‘현대가(家)’=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자 13일 옛 현대 계열사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대시멘트 현대백화점 한국프랜지 등 5, 6개의 ‘범 현대가’ 계열사에 자기 주식 43만주를 매각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지분을 28.0%에서 35.6%로 늘렸다. 최근 시장에서 따로 사들인 주식을 합하면 14일 현재 의결권이 있는 우호지분은 42%에 이른다는 게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지분 매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투자 목적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그룹도 요청을 받으면 투자 차원에서라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경영권 위기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면 주가가 떨어지지만 이번은 달랐다. 한국프랜지 주가가 6.67% 올랐고 현대백화점 현대시멘트도 각각 5.19%와 2.16% 값이 올랐다.

▽사상 최대의 반기(半期) 실적=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올 상반기 매출이 17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0억원)에 비해 17.1%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6억원과 1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와 118.0% 증가했다. 해당분야 국내 시장점유율이 2위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장부상으로 대규모 순손실을 냈지만 이는 하이닉스 주식을 처분하면서 812억원의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최근 엘리베이터 업종의 국내 영업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 그러나 최근 독일의 티센크루프 등 외국회사의 국내 시장 진출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다소 부담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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