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주5일제' 재계 강타

  • 입력 2003년 8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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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5일 밤 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간 쟁점이 됐던 안건이 거의 노조안대로 통과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노조 승리로 끝난 협상=‘기본급 인상 역대 최고액, 주40시간 관철….’

현대차 노조가 6일 노조 홈페이지에 띄운 ‘승전보’이다. 회사측은 “노조의 이사회 참석요구 등 핵심사항은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노조의 전리품은 이 같은 승전보가 무색하지 않다.

노사 양측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정확한 임금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연봉 기준으로 현대차 직원들은 올해 1인당 평균 700만∼800만원이 늘어난 월급봉투를 받을 전망.

예를 들어 40세인 15년차 생산직의 경우 기본금과 격려금만도 670만원이 오른다. 여기다 주5일제 근무 도입으로 인한 토요 특근 수당을 포함하면 총인상폭은 1000만원 안팎. 연봉이 기존 5400만원에서 6000만원을 크게 웃돌게 되는 것.

주5일 근무제도 노조의 완승. 사측은 당초 월차일수 조정 등 기득권을 줄이지 않고는 도입할 수 없다고 공언했지만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다음달 1일부터 주5일제를 실시키로 했다.

금융권과 삼성 LG 등 국내 상당수 기업들도 주5일제를 해오고 있지만 모두 월차일수 조정 등 근로자의 양보를 전제로 실시했다.

▽향후 파장과 재계의 반발=현대차 노사의 합의는 먼저 기아자동차 노사협상에 영향을 줄 전망. 특히 금속노조 중앙교섭에서 차 부품업체는 노사 대표단이 ‘주5일 근무제 시행시기’에 대해 ‘현대·기아차를 참고로 한다’고 합의한 만큼 주5일제가 부품업체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쇄적으로 다른 사업장과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

이 때문에 재계는 ‘현대차 방식의 주5일제’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정부가 관련 법안을 입법화하기도 전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노조에 약한 이유=현대차가 이처럼 노조에 약한 것과 관련, 재계에서는 “하반기 시장전망이 괜찮은 상황이라 현대차가 수출과 내수에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더 이상 파업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모든 계열사가 자동차 한 업종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특성상 구조적으로 노조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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