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집값 상승’ 언제까지 갈까…재건축 단지 등 오름세

  • 입력 2003년 8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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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아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아파트. 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아파트.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세 상승일까, 아니면 반짝 장세일까.’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강남권 집값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뚜렷하다. 부동산시장의 비수기(非需期)인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부도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이 확산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모습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하는 과도적인 상황에서 투기수요에 의해 사업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재건축 아파트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며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매매가 상승=5일 부동산정보 제공회사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개포동 시영단지는 지난주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씩 올라 13평형이 3억9500만∼4억500만원, 17평형이 5억∼5억500만원에 이른다.

강동구 고덕동 주공 2단지 13평형도 750만원 오른 2억5000만∼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조합설립인가를 신청 중인 반포주공 1단지도 최근 1000만∼2500만원이 올라 32평형이 8억∼9억1000만원, 42평형이 10억8000만∼11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재건축 아파트뿐만 아니다. 여름방학 이사철을 맞아 명문학군과 유명학원이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대치동 한보 미도1차 34평형은 6억2000만∼6억8000만원, 도곡동 개포 한신 23평형은 4억2000만∼4억5000만원으로 치솟았다. 한 주 전보다 2500만∼30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계속 오를까=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데에는 이달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법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인다는 것.

또 서울 강남권에 집 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 데다 재건축 규제책이 많아지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보다 ‘반짝 장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재건축 추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여름방학 이사철 수요 등이 맞물려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 과거와 같이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내년 초까지 입주물량이 풍부한 데다 빈집이 늘면서 전세금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집값 상승이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포인트=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가격과 함께 거래량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서울 강남권이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 매물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1, 2건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마치 평균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심하다는 것.

한 실장은 “강남권에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자는 많지만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으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거래량이 늘지 않는데 호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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