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노조 한달넘게 파업…'해외 공든탑' 무너진다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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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0시간 근무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한달 넘게 계속되면서 현대차가 그동안 어렵게 구축해온 해외 생산기지에서 일부 가동중단 사태가 생기고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불똥이 해외로까지 튀고 있다.

▽“이러면 러시아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현대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러시아에서 베르나를 생산하고 있는 돈인베스트는 25일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에게 “이러면 러시아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식으로 매달 베르나 1500대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부품공급이 중단되자 이달 중순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돈인베스트는 편지에서 “러시아 딜러들의 불만이 ‘참을 수 없는(intolerable)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며 “해결책이 없으면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가 러시아에서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측은 러시아 외에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의 조립공장도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이달 중순부터 가동이 중단됐다고 27일 밝혔다.

▽가동중단 직전의 중국 자동차 공장=지난해 12월부터 쏘나타를 본격 생산해오고 있는 베이징현대차는 아직까지는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의 재고가 이달 말까지의 분량만 남아 파업사태가 곧 정상화되지 않으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

최근 중국 신흥 중산층들의 ‘마이카’ 구입 붐으로 베이징현대차의 판매실적이 1월 1135대, 3월 3601대, 5월 4469대 등으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하면 그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일부 인기 차종은 ‘빨간불’=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현지 재고가 남아 있어 비교적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그러나 파업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재고가 소진돼 이미 판매에 지장을 주고 있다.

현대차 모델 중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싼타페의 현지 재고는 1개월분. 자동차를 미국으로까지 운반하는 데 보통 1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재고가 바닥났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때문에 현지 딜러들이 물량공급을 촉구하고 있다.

소형차와 디젤차가 잘 팔리고 있는 유럽에서도 클릭 등 일부 인기모델은 재고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일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수출차질이 본격적으로 빚어질 전망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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