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벤처주식 수뢰 수법]"현금대신 주식달라"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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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벤처기업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해당 기업의 미상장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수백만∼수천만원대의 이득을 챙기는 ‘벤처기업 주식뇌물 수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미상장 주식은 시장가격이 분명치 않아 비리 공직자들이 ‘뇌물 수수가 아닌 투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주식뇌물’이 끊이지 않는 배경을 분석했다.

▽세무조사 직후 주식 요구=감사원에 따르면 S세무서 징세과 우모 세무주사보는 S테크에 대한 법인세 현장조사를 실시하면서 S사가 코스닥 등록을 앞둔 사실을 알게 됐다. 우 주사보는 S사 경리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주식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씨는 이런 방법으로 주식 3750주를 1500만원에 사들여 부인 이름으로 감춰뒀고, S사가 코스닥에 등록하자 이를 팔아 투자금액의 50%가량인 740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일처리 도와주고 사외이사로 취임=중소기업진흥공단 D지역본부 김모 사업지원팀장은 2000년 8월 H정보통신의 벤처기업 인정 여부를 평가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씨는 평가업무가 끝난 직후인 2001년 1월부터 1년4개월 동안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해 급여로 12회에 걸쳐 1388만원을 받았고, 부인 통장으로 따로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이때 이 회사 주식 4만주(액면가 기준 2000만원)도 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씨는 주식을 받은 뒤 1년4개월이 지난 2002년 4월 말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주식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신용보증해 준 뒤 주식 요구=기술신용보증기금 D지점에 있던 배모 지점장과 배모 차장은 H컴퓨터의 대출 보증업무를 도와준 뒤 H컴퓨터 대표이사로부터 각각 1250주와 1500주의 주식을 샀다. 감사원은 “두 사람이 주식을 살 때는 주당 1만2000원이었으나 1개월 뒤 H사가 일반인에게 주식을 팔 때는 주당 가격이 3만원이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코스닥 등록 후 주식을 팔아 각각 3800만원과 4000만원가량의 이익을 봤다.

한편 중소기업진흥공단 K지역본부 김모 사업지원팀장은 98년 11월 W정밀이 3억원을 신용 대출받는 과정에서 업무를 처리한 뒤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

김씨는 이 주식을 팔아 4650만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지난해 1월 감사 과정에서 적발될 것을 우려해 이 회사에 돈을 돌려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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