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맞은 北송금 특검]現代 핵심3인 수사협조 미지수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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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던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호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특검팀은 4월 17일 수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빌려준 4000억원의 대출 과정과 외압 여부, 북 송금 경로 등에 대해 상당 부분을 밝혀냈다. 또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구속하고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긴급 체포하는 등 관련자 사법처리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정황 증거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잠정결론에 도달했을 뿐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 등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30일 대북송금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박주일기자

특검팀은 이 문제를 풀 핵심 열쇠를 쥔 임동원(林東源) 전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를 22일과 23일에 걸쳐 소환 조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조사를 받은 이 전 경제수석도 대출 과정의 외압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으나 여전히 “현대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으며 돈의 사용처는 알지 못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수사의 ‘공략점’을 DJ정부 핵심 인물에서 현대측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임 전 특보에 이어 소환할 것으로 보이던 한광옥(韓光玉)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특검팀이 “아직까지 소환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특검팀은 30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한꺼번에 불렀다. 이어 오후 10시가 넘어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을 소환하는 등 핵심 4인에 대한 조사에 나서 특검팀이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을 낳았다.

정 회장은 박 전 실장, 임 전 특보와 함께 대북 송금 전 과정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 그의 입이 열린다면 대북 송금의 대가성 여부와 함께 송금한 5억달러 중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5000만달러의 자금 조성 과정이나 송금 경로에 대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20일 1차 소환 통보를 거부한 뒤 열흘 동안 장고를 거듭해 온 정 회장이 특검 수사에 얼마만큼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이 정 회장 등 현대 고위층을 다음달 초 개성공단 착공식에 정식 초청한 것도 변수다. 현대 경영진들이 사법처리될 경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 사업이 장기간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최근 회계사 2명을 추가 투입해 현대측 회계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등 현대에 대한 압박을 가속하고 있다. 김종훈(金宗勳) 특검보는 30일 “경우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 회장과의 승부를 위해서는 분식회계 등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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