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산업 시범단지 11월 선정

  • 입력 2003년 5월 19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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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빼면 생물체가 자연을 파괴하는 경우는 드물다. 서로 먹이사슬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때로 공생하기도 하고 기생하기도 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생물이 생명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다른 생물의 먹이로 쓰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유지해 나간다.

이를 인간이 만든 산업단지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생태산업단지(EIP·Eco-industrial Park)’라는 개념은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높은 공장 굴뚝으로 대표되는 70년대 ‘공단’ 대신 환경친화적인 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산업 현장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생태산업단지는 단지 내의 기업과 기업, 공장과 공장을 서로 연결시켜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다른 공장에서 원료로 쓸 수 있도록 운영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생태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인근의 칼룬보그는 인구 2만명의 소도시. 자생적으로 ‘산업 공생’을 이뤄내 생태산업단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 참여한 6개의 기업이 서로 ‘공생’하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정유업체는 공장에서 나오는 잉여 가스를 발전소에 판다. 발전소는 이 가스로 터빈을 돌려 나오는 증기를 시 정부에 판다. 발전소가 폐열을 이용해 운영하는 양어장에서 나오는 물고기 배설물은 인근 농가에서 비료로 쓴다. 석고보드업체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세정 찌꺼기와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유황으로 제품을 만든다. 화학업체는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기물은 지역 농부들에게 퇴비로 보낸다.

경제성에 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를 나눠 쓰는 환경 친화적 운영이 다른 한편에선 원가를 줄여 기업 실적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일본에선 97년 에코타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특히 1902년부터 중공업 시설이 들어섰던 기타큐슈 지역은 60년대 이후 심각한 산업공해로 악명 높던 곳. 5년여가 지난 지금은 일본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친환경 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으로 산업단지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학계에서도 공동 연구 활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조혜영 책임연구원은 “1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산업생태학 및 생태산업단지 회의에 참석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490여 단지 가운데 한두 곳을 선정해 시범단지로 육성할 계획. 마지막 3단계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2013년에는 설계에서부터 생태산업단지의 개념을 도입한 첫 단지가 등장할 전망이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이귀호 팀장은 “생태산업단지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 경영 활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산업단지와 생태산업단지의 비교
항목기존 산업단지생태산업단지
조성기준경제성경제성과 환경성
연계성원료 및 제품원료 제품 부산물 폐기물
폐기물 처리자체 또는 공동원료로 재사용
관리주체산업단지공단산업단지공단과 자치조직
폐기물 발생대량최소화
구성원입찰 방식자발적 참여, 선별
사회적 이미지공해 배출원환경 및 사회와 조화
지역사회의 관계민원 발생지역사회에 기여
자료: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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