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줄줄 샌다…은행→정부기관→민간업자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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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법원 검찰 등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은행에서 연간 수백만 건의 금융거래 정보를 무료로 넘겨받으면서 개인의 금융정보가 줄줄이 새나가고 있다.

금융거래 정보 제공과정에서 금융실명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금융거래 정보의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각 정부기관이 은행에 요구한 금융거래 정보는 300여만 건에 처리비용이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정보요청 기관이 아닌 은행들이 부담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은행 고유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직원이 매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등 각 기관에서 30여만 건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아예 전산팀에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각 기관의 금융거래 정보 요구에 응하고 있다.

▼관련기사▼

- 정부, 개인금융정보 마구잡이 요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따르면 15개 국내 은행이 2001년 하반기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정부기관에 제공한 정보건수는 310만2000여건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기관은 금융실명제법을 어겨가며 개인 금융정보를 요청했으며 일부 기관의 관리소홀로 이들 정보가 민간 사채업자 등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금융거래를 적시하고 이 거래의 직전 거래와 직후 거래만을 제공할 수 있는데 계좌 명의인의 계좌 정보 전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각 기관에 수수료를 부담해줄 것과 과다한 정보요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해당 정부기관은 ‘금융거래 정보요구권’을 들어 은행의 정보제공 거부에 대해 검찰고발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모 은행 임원은 “정부기관 스스로가 행정편의를 위해 법을 어기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이들 개인정보가 민간에 마구잡이로 유출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률과 규정의 재정비는 물론이고 개인 금융정보를 이용하는 정부기관도 ‘개인의 신용정보’ 보호를 위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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