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채 펀드 '개점휴업'…SK쇼크 등으로 거래 끊겨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14분


코멘트

회사채를 많이 보유한 채권형 펀드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채 신용불안으로 시작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대응도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공채 값 상승은 그림의 떡=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지표금리인 만기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4.2%대로 떨어지며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채권 값이 오른다. 그러나 3월11일부터 시작된 펀드 환매 사태 때 고객에게 줄 돈을 마련하려고 국공채를 내다 판 일반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들에 국공채 값 ‘폭등’은 그림의 떡.

한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국공채를 싸게 팔더라도 고객에게 돈을 내 줄 수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불붙은 시장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돈이 궁한 투신사로부터 국공채를 싼값에 사들였던 일부 외국계 은행과 일부 투신사 펀드들은 최근 국공채 값이 크게 올라 큰 돈을 벌고 있다.

▽회사채 신용경색으로 신뢰 악화=고객의 대량 환매 러시는 진정됐지만 아직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펀드들도 많다.

우선 SK글로벌 채권 상각처리문제가 표류하면서 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펀드는 두 달째 고객에게 환매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자산이라도 팔아서 돈을 내주고 싶지만 국공채를 팔고 난 뒤 남아있는 카드채와 일반 회사채들은 시장에서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돈을 만들 수 없다.

이재욱 KIS채권평가 조사평가팀장은 “주식시장에서는 블루칩으로 불리는 회사들의 채권도 거래가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받지 못해 항의하는 손님은 많지만 돈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은 적다. 13일 현재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149조원으로 2월말의 180조원보다 31조원 줄었다.

MMF가 59조원에서 37조원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채권단기형이 41조원에서 35조원으로, 채권혼합형이 31조원에서 26조원으로 줄었다. 채권장기형만이 9000억원 늘었다. 최근 회사채 값이 국공채를 따라 조금씩 오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 시장개입의 부작용=일부에서는 카드채 신용불안 사태에 정부가 개입한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태 초기 카드채가 수익률 10%라는 헐값에 거래되며 한국에도 정크본드 시장이 생길 수 있었으나 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정부 개입이 이어졌고 결국 채권이 사고 팔리지 않는 시장이 됐다는 것.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부실한 물건은 헐값에, 우량한 것은 비싸게 거래되도록 놓아두어야 건강한 시장이 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