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점검 김포-파주 신도시]<下>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5월 14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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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계획대로 ‘김포·파주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고 교통난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처럼 신도시를 5∼10년 안에 ‘뚝딱’ 건설해서는 계획도시를 만들기는커녕 지가(地價) 상승이나 부동산경기 과열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나 학교를 적극 유치하는 노력이 따라야 하고 신도시 및 주변지역의 난개발을 막는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우려되는 ‘교통대란’을 막으려면 교통대책을 추가하고 신도시 입주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수도권 5개 신도시 계획 및 현황
신도시계획현황
수용인구(만명)수용가구거주인구(만명)
분당3997,50041
일산27.669,00029
중동1742,50015
평촌1742,00018
산본1742,00017
자료:한국토지공사

▽신도시 개발방식 바꿔라=권영덕(權寧德)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짧은 기간에 신도시를 개발하다보니 ‘베드타운 양산’ ‘수도권 교통난’ 등의 문제만 낳는다”며 “30∼50년을 내다보고 자족성을 염두에 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현수(金현秀)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신도시 사업시행자를 토지공사나 주택공사로 제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택지를 조성 및 분양한 업체가 도시 개발과 유지 보수까지 책임져야 체계적인 도시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金宇鎭) 주거환경연구원 원장은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선 학교나 기업 유치가 관건이다”며 “이를 위해 신도시 건설을 건설교통부에 전담시키기보다는 범(汎)정부적 기구를 마련해서 추진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자족기능 확보에 적극 나서라=정창무(鄭昌武)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명문 대학이나 기업에 싼값으로 땅을 공급해 이들을 유치하면 당장엔 개발이익이 낮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도시 자립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며 “개발이익을 도로 등 교통인프라 확충에만 사용하지 말고 대학 및 기업 유치에 쓰라”고 충고했다.

최막중(崔莫重)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신도시 내에 일자리를 갖는 사람에게 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에 대한 우선 청약권을 주는 유인책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난개발을 막아라=신도시를 건설할 때부터 상업용지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않도록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계획과정에서부터 조정하라는 지적도 많았다.

장성수(張成洙)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세수(稅收) 확보 차원에서 상업용지를 과도하게 책정했다가 상업시설을 유치하지 못하면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변경을 해줘 문제를 낳았다”면서 “적정 수준의 상업용지를 배정하도록 사전 시장 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창무 교수는 “개발이익을 전부 중앙정부가 갖기 때문에 지자체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용도변경을 남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자체를 사업공동시행자로 참여시켜 개발이익을 돌려주면 이런 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망 확대하라=김수철(金秀哲) 교통개발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장은 김포 신도시와 관련, “정부 계획과 별도로 내발산∼양촌 구간 고속화도로를 건설하면서 간선 급행버스(BRT·Bus Rapid Transit) 시스템을 추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BRT 건설비는 km당 10억∼15억원으로 지하철보다 저렴하면서 시간당 2만∼3만명의 수송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원제무(元濟戊)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파주 신도시의 교통대책은 기존 교통망에 연결로를 만드는 데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광역 급행철도나 별도의 도로망을 신설하라”고 제안했다.

신부용(愼富鏞) 교통환경연구원 원장은 “도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교통대책에 한계가 있다”며 “신도시와 서울이나 주변도시를 연결하는 급행 광역철도를 신설하라”고 충고했다.

▽교통대책, 이런 점도 검토하라=김수철 실장은 “도로 10km를 건설하는 데에는 설계 3년, 시공 4∼5년의 기간이 필요하며 정부의 교통대책을 분석해보면 도로가 완공되는 시점은 입주 시기(2008년)가 한참 지난 2010∼2011년”이라며 “입주 시기를 다소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진 원장은 “서울보다는 ‘영종도·송도·김포 경제특구’와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춰 김포·파주 신도시의 교통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수도권 교통수요 관리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도움주신분들(가나다순) ▼

●권영덕(權寧德)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수철(金秀哲) 교통개발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장

●김우진(金宇鎭) 주거환경연구원장

●김현수(金眩秀)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

●신부용(愼富鏞) 교통환경연구원장

●원제무(元濟戊)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이춘호(李春鎬) 강남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

●장성수(張成洙)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창무(鄭昌武)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막중(崔莫重)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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