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박했던 움직임]“파업 강행” 15분후에 “경찰력 투입”

  • 입력 2003년 5월 13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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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 강행 결정에 대해 ‘공권력 투입’이란 강경대응 결정을 내린 것은 국가기간시설을 대상으로 한 집단적인 불법행동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파업 등에 대한 첫 강경조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원칙에 어긋나는 집단 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정부가 친(親)노동 정책을 편다는 지적을 감안한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건(高建) 총리가 담화문에서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의 80%를 담당하는 부산항에서 선적 하역에 차질을 빚어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듯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도 고려됐다. 또한 “부산항에는 외국 회사들이 취급하는 환적물량도 많기 때문에 부산항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혀 대외 이미지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려도 작용했다.

파업의 진원지가 노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공권력 투입 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왜 하필 부산에서 정부와 노조측이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는 등 관례에 어긋난 행동이 나타나느냐는 의문이 장관회의에서 수차례 지적됐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이익추구를 위한 집단행동이 줄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참여정부도 공권력을 동원해 비상사태를 수습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총리실 주변에선 일찍부터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서 국제전화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밤 열린 장관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8명의 참석 장관 전원이 강경대응을 주문했고 문 수석도 말은 아꼈지만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파업강행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가 늦어지고, ‘파업돌입 가능성’이 감지되면서 오후 6시에 열린 긴급 관계 장관 대책회의의 분위기는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최종 투표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막판 타협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이 때문에 오후 7시경에 끝난 1차 회의에선 ‘파업하면 공권력 투입, 파업유보하면 13일 국무회의에서 다시 논의’라는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고 총리는 8개 부처 장관들과 함께 투표결과를 기다렸고 밤 9시55분경 ‘파업강행’ 결정소식이 전해지자 10시10분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총리실은 한때 담화문을 13일 오전에 발표하는 문제도 검토했으나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이를 앞당겨 12일 밤에 발표했다. 국무총리가 심야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 총리는 담화문 발표 직후 각 부처 장관에게 “취재기자들의 심야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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