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거미줄 규제 국가 경쟁력 해친다"

  • 입력 2003년 4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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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정부부처와 시민단체의 ‘재벌개혁’ 논리가 국제경쟁을 외면한 채 경제력 집중 해소에만 치우쳐 국내 기업의 하향평균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28일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사안별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도입, 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금융회사의 대주주 및 주요출자자의 자격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본격 검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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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계는 “현행 대기업 규제만 해도 외국기업과의 역(逆)차별, 이중삼중의 과도한 규제, 자의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책 등으로 문제가 많다”면서 “추가로 규제를 늘리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전문가와 재계가 꼽는 대기업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큰 것은 나쁘다’는 식의 선입관에 빠져있다는 점.

국내 제약업체의 한 사장은 “신약(新藥)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려면 한국제약시장 규모의 2배에 해당하는 약 10조원의 비용이 든다”면서 “기업규모가 작으면 세계무대에서 명함도 못 내미는 업종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송병락(宋丙洛·경제학) 교수는 “한국 30대 그룹의 총자산을 모두 합해도 미국 GE 한 기업에 못 미친다”면서 “개별 계열사들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룹 경영을 통해 브랜드 정보 마케팅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공정위는 순환출자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도요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순환출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대 김영룡(金永龍·경제학) 교수는 “순환출자를 하면 부채비율이 과소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기관들이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면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며 “이를 이유로 정부가 기업의 출자에 직접 간섭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재벌의 사(私)금고화’를 명분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더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지만 ‘주인 없는 은행의 공(公)금고화’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도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가 도입되면 알짜회사들이 외국계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굳이 새로운 규제장치를 만들지 않더라도 금융감독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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