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의계절…지금이 제맛]햇녹차 짙은 향 "여유를 마셔요"

  • 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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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그윽한 차, 고유의 맛을 어느 때보다 맛보기 좋은 때다. 차 밭에서 어린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진제공 태평양
깊고 그윽한 차, 고유의 맛을 어느 때보다 맛보기 좋은 때다. 차 밭에서 어린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진제공 태평양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옆 화개장터, 벚꽃이 ‘우수수’ 진 자리에는 차향(茶香)이 그윽하다. 곡우(4월 20일) 이전에 따 ‘우전차(雨前茶)’로 불리는 국산 최고급 녹차가 하나 둘 출하되고 있다.

한국의 차 애호가들이 한해 내내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올해는 고르지 못한 날씨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었다.

차를 아무리 잘 보관한다고 해도 제철에는 비할 바 못 되는 법. 한 입 머금은 향이 몇 달이고 떠오를 정도로 차 맛이 좋은 때가 요즘이다. 국산 고급 녹차로 모처럼의 여유를 즐겨보자.

▽녹차의 분류=녹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따서 증기로 찌거나(증제 차) 솥에서 살짝 볶은(덖음 차) 것이다.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 게 홍차고, 녹차처럼 생(生)찻잎은 아니나 중간 정도 발효시킨 것을 ‘우롱차’라고 한다. 녹차, 우롱차, 홍차가 모두 이처럼 같은 재료를 쓴다.

녹차는 찻잎이 어릴수록 고급이다. 중국 차 가운데 최고인 항저우(杭州) 룽징(龍井)의 룽징차에서는 3월말부터 청명(4월5일) 전에 땄다고 해 ‘명전차(明前茶)’로 불리는 햇차가 나왔다.

이보다 덜 따뜻한 한국에서는 요즘 녹차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곡우 전에 딴 우전차를 최고로 친다. 또 곡우 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찻잎을 따서 만든 것을 곡우차라고 해 그 다음 등급으로 치며 이어 5월 초까지 딴 가늘고 고운 찻잎으로 만든 차를 세작(細雀), 5월 중순까지 딴 조금 자란 찻잎으로 만든 차를 중작(中雀), 6월초까지 딴 굵은 찻잎을 쓴 것을 대작(大雀)이라고 한다.

▽최고의 작품, 명인차(名人茶)=녹차와 관련해 정부에서 지정한 명인은 단 2명이다. 이들은 예로부터 전해온 방법을 충실히 따라 차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박수근 명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명인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20일부터 연간 50통(100g 기준) 밖에 생산되지 않는 ‘명품’(55만원)을 비롯해 우전차(12만원)를 내놓고 있다. 5월초부터 세작을 9만5000원에 팔 예정이다.

전남 순천시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명찰(名刹) 선암사 부근에는 신광수 명인이 운영하는 명도다원이 있다. 야생 찻잎만을 쓰는 이 다원에서는 ‘진향차’(眞香茶·곡우 무렵에 딴 차)가 요즘 조금씩 나오고 있다. 80g 1통에 30만원이며 5월초부터 나오는 세작은 80g에 15만원선이다. 신 명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판매소 ‘우향다원’(02-576-2655)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녹차 생산지인 경남 화개지역과 전남 보성지역=한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차 재배지인 화개지역에는 1000여 농가에서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또 산꼭대기까지 물결이 치듯 고르게 차밭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보성지역도 170여 농가에서 차 생산을 하고 있다. 이밖에 설록차를 만드는 태평양이 제주도 한라산 기슭에서 운영하는 차 농장이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재배지다.

화개지역 차 생산업체 농가들은 지난주부터 우전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품질에 따라 100g 1통에 4만5000∼10만원까지 있으며 야생 차나무의 잎을 쓴 고급 제품은 30만원이다. 우전차의 경우 우편 주문하면 1통이라도 택배요금을 대신 부담한다. 보성지역보다는 조금 일찍 햇차를 내놓아 선주문 물량이 많이 줄었다. 또 5월초부터 본격 생산되는 세작은 농가마다 약간 다르나 2만∼4만원이다.

보성지역은 선주문이 많이 밀렸으나 전화로 전국에서 배달받을 수 있다. 보성녹차영농조합 이건아 과장은 “17일부터 채취하기 시작해 24일 처음 나왔다”며 “선주문으로 500여통이 들어온 상태”라고 말했다. 우전차가 100g 1통에 5만∼8만원, 곡우차가 4만원 안팎이며 택배비는 업체마다 약간 다르나 4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에는 판매자가 부담한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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