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130조 돌파]정부 "아직 괜찮아" 전문가 "급증위험"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코멘트
한국의 공식통계상 나라 빚(국가채무)이 133조원을 넘어선 것이 위험수위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부와 민간전문가들의 진단은 크게 다르다.

정부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민간전문가들은 “정부 공식통계의 허점과 한국 경제가 처한 재정현실을 감안할 때 위험하다”고 반박한다.

▽왜 늘었나=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불가피하게 증가했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나 민간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데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과 함께 원화 가치상승(원화 환율 하락)도 영향을 줬다.

작년 1년간 크게 늘어난 국가채무항목과 증가액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6조6000억원 △국민주택채권 5조1000억원 △국고채권 4조7000억원 등이었다.

홍성기(洪性起) 재경부 국고과 사무관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외평채 발행이 크게 늘었고 건설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민간의 국민주택채권 의무매입물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고채 증가액 가운데 1조9000억원은 일반회계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쓰였고 2조8000억원은 재정융자특별회계로 사용됐다는 것.

반면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중앙정부의 해외차입금 평가액은 2조원가량 감소했다.

▽왜 위험한가=인천대 옥동석(玉東錫·경상학부) 교수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위험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고 따라서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옥 교수는 또 “공기업이 진 빚은 파산했을 때 사실상 국가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국가채무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한국은행 연금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정부출연기관 지방공기업 등의 채무와 국가보증채무를 합하면 국가채무가 400조∼100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IMF방식에서 보증채무와 한국은행의 채무, 공기업의 부채는 제외한다”며 “정부 통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조세연구원 박기백(朴寄白) 연구위원은 ‘국가채무의 개념 및 분류’라는 논문에서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즉 보증채무와 비(非)금융공기업의 채무는 정부가 떠맡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채무’이므로 ‘비망(備忘)항목’으로 제시하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의 대차대조표도 참고자료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

재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국가채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규모의 적정성’은 놓아두더라도 어쨌든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재정악화는 두고두고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데다 경기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된다.

▽더 늘어날까=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금융보험학부) 교수는 “정부가 보증한 공적자금이 국채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는 단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장기적인 전망은 더 어둡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이유는 아직 고령화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고령화 외에도 북한 핵문제, 가계부실, 400조∼500조원에 이르는 연금의 잠재적인 적자 등 국가채무를 늘릴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전문가들은 국가채무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면 “경제가 호전될 때까지는 고정적인 거액재원이 필요한 사회복지지출 등을 늘리는 데 신중을 기하고 국가채무에 대한 체계적인 파악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