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이라크戰 '충격과 공포'…주요 원자재값 60%이상올라

  • 입력 2003년 3월 31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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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의 장기화 조짐에 따라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국내 섬유업계가 곤경에 빠져 있다.

31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화학섬유의 대표적 원료인 고순도텔레프탈산(PTA)과 에틸렌글리콜(EG) 가격이 지난해 12월 t당 500달러 수준에서 4월 800달러 수준으로 60%나 오르면서 섬유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

또 다른 화섬원료인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의 가격도 지난해 t당 480달러에서 3월엔 720달러까지 올랐다.

한국화섬협회는 2월 말 화섬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및 관련 단체에 서한을 보내 “가격이 너무 올라 생산량을 절반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며 “원료가격을 안정시켜 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체들도 이라크전쟁으로 PTA, EG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의 가격이 지난달보다 t당 50달러가량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라크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시장에서 PTA, E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화섬업계는 화섬제품의 수요처인 국내 직물업체 중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어 어려움이 더하다.

대구의 직물 중견기업인 S사는 대규모 염색공장을 매각했고 경북의 D섬유도 조업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대구·경북지역 공단의 가동률은 40∼70% 수준이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 박노화 이사장은 “지역 섬유업계의 수출 비중이 20%가 넘는 중동시장이 얼어붙어 매우 어렵다”며 “공장을 내놓은 섬유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섬유제품 수출은 의류 수출의 호조로 2월 6억12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 5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지만 수출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이라크전쟁과 동남아 일대의 괴질 등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크게 줄고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백흠길 상무는 “섬유산업은 1997∼2002년에 수출흑자액 기준으로 1위인 품목”이라며 “섬유업계가 최근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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