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조본' 해체]강유식 부회장 "지주社서 신규사업"

  • 입력 2003년 3월 2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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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25일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본격 가동된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직후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치된 구조본은 ‘사실상 회장 비서실의 역할을 하며 재벌식 경영을 가능케 하는 도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강유식(姜庾植) LG그룹 부회장은 구조본 해체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8년 3월 구조본을 설치할 때 분명히 한시조직임을 밝혔다. 당초 3년간 한시조직으로 운용할 계획이었으나 지주회사 설립이 늦어지면서 5년간 유지됐다. 3월1일자로 통합지주회사가 출범했다. 이제 제도적 준비가 완료돼 해체했을 뿐이다.”

구조본 해체의 의미와 LG의 미래에 대해 그에게 들어본다.

―구조본이 맡았던 기능은 어디로 옮겨지나.

“과거 구조본이 해오던 조정, 통제의 기능은 소멸된다. 신규사업개발, 출자회사 경영관리, 경영자 육성 등은 지주회사가 맡는다. 홍보 등 그룹 차원의 공동업무는 LG경영개발원이 맡고 나머지는 모두 자회사로 이관된다.”

―다음달 구성될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은 어떤 기구인가.

“기존 그룹의 경영진단팀과 각 자회사가 파견한 인력, 회계 전문가가 참여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경영진단활동을 벌인다.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하부조직이라는 점에서 구조본과 분명히 다르다. 이사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전문경영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5년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느끼는 그룹들이 많다. 해결방법은….

“한국의 대기업 집단 형태에서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현실적 대안은 지주회사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지주회사로 가려면) 극단적으로 얘기해 (계열사를) 팔아야 한다. 대주주의 재정적 능력보다 과도하게 많은 사업범위를 지배하려니까 ‘순환출자’ 형식으로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LG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계열사를) 많이 팔았고 세금도 많이 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과정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대주주들이 현실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고, 상실감도 많이 느끼게 된다. 이것은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팔고, 잘라내고, 얽힌 것을 풀어내는 길뿐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도입예정인 연결납세제도(지주회사 계열사간 손익을 통합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가 도움이 될 것이다. 연결납세 대상기업의 지분보유수준을 80∼90%로 정하기보다 지분 비율만큼 연결납세를 허용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배당방식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지주회사의 주 수입이 배당이다. 이 점에서 소액주주와 지주회사는 이해관계가 같을 수밖에 없다. 배당 안하고 ‘적당히 뭉개는 식’은 안될 것이며 전체적으로 배당이 늘어날 것이다. 액면가 기준인 배당방식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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