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불똥 다음은 어디…카드債 직격탄·투신 MMF도 유출사태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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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의 부실’이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으로 떠올랐다.

17일 금융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안정대책에 힘입어 다소 진정됐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환매를 금지시켜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SK글로벌의 채권단이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한데다 카드채의 부실 문제도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SK글로벌, 그룹 계열사에 미칠 영향〓SK글로벌의 채권단이 최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SK㈜는 17일 “우리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SK글로벌에 대해 부당한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주주로서 SK글로벌의 증자에 참여하거나 채권의 출자전환 등을 통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시장의 전문가들은 “SK그룹이 지원에 나서면 자칫 SK텔레콤과 SK㈜와 같은 우량 기업에도 부실이 옮을 수 있다”며 계열사 지원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해 금융시장에 추가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부실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계열사에 지원을 요청한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SK글로벌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 채권형 수익증권에 편입된 SK글로벌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약 1조1000억원에 불과하며 전체 투신권의 1%도 안 된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SK글로벌의 부채가 99년 대우그룹의 10% 수준인데다 투신사의 장단기 채권형 펀드도 현재 66조원으로 당시 182조원보다 크게 줄었다”며 “이 사건은 대우사태와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SK 쇼크’가 건드린 투신권 ‘판도라의 상자’〓정작 문제는 SK글로벌 사건 이후 불거진 카드채 문제다.

교보증권 이민구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SK글로벌 사태로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어떤 채권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카드채 펀드 문제가 불거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시중자금이 지나치게 단기화하자 투신사들은 카드채가 안전하지 않는데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MMF 등 단기 자금에 카드채를 집중 편입시켰다는 것. 카드채가 동일 등급의 회사채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시중에 자금이 남아돌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지나치게 줄어든 것도 한 이유.

카드채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카드채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운용사와 판매사가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도 “투신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여서 회복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2∼3개월 불안한 시장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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