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진표 경제팀 팀워크 딜레마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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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경제부총리를 수장(首長)으로 하는 노무현 정부 첫 경제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각 경제부처는 물론 기업이나 시장에서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보름 남짓 ‘시험 가동’한 결과 ‘김진표 경제팀’의 항로(航路)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법인세 인하 문제를 둘러싼 정책혼선은 대표적입니다.

우선 김 부총리의 리더십 발휘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는 행시 13회로 비교적 ‘젊은 부총리’입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이 행시 10회,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12회로 행시 선배이고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은 동기인 13회입니다. 또 ‘개혁성향 교수’ 출신인 이정우 정책실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정치인 출신인 김영진 농림부 장관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경부가 ‘입’ 빼고는 다른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부처간 조율에 ‘약발’을 갖는 예산권은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습니다.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의 ‘친정’격인 경제기획원이 아닌 재무부 출신입니다.

경제부총리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최근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부총리의 딜레마는 전임 부총리들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합니다.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을 들었던 진념 전 부총리는 ‘정부미 짬밥’만으로도 다른 장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전윤철 전 부총리도 김대중 정부에서 핵심요직을 모두 거쳤고 DJ의 절대적 신임이 있었습니다.

전 부총리는 퇴임후 기자와 만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해진 권한만 보면 경제부총리의 힘이 밖에서 생각하는 만큼 세지 않다. 여러 여건상 김진표 부총리가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다른 장관의 협조와 함께 언론도 잘못할 때는 지적하더라도 우리 경제를 위해 옳은 방향일 때는 도와줄 필요가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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