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MMF에도 불똥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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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요동쳤던 채권시장이 14일 어느 정도 진정됐다.

이번 사태는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기 쉬운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가 항상 안전하지는 않으며 금리의 급변동과 채권의 신용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또 두 위험은 유동성 위험도 불러왔다.

▽펀드 수익률의 가파른 하락=SK글로벌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짧은 시간에 채권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어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값이 떨어졌다. 채권 값이 떨어지니 채권을 편입한 채권형 펀드들의 가치가 떨어졌다.

한 투신사가 운용하고 있는 장기 채권형 펀드는 11일 오전 한 좌의 기준 가격이 1036.24원이었지만 12일과 13일 오전에는 각각 1035.85원과 1031.33원으로 떨어졌다.

12일 만기 3년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51%포인트 오른 것을 반영해 13일 기준 펀드 가격이 전날보다 0.43% 내린 것.

여기에 1조원 규모인 SK글로벌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가입자는 채권자로서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기 전 금리 전망이 어떤지, 그 펀드가 우량회사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시달린 MMF=최근까지 단기부동 자금의 ‘편안한 안식처’로 인기를 모았던 MMF는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사태로 투신권에서 빠져나간 13조8000억원 가운데 11조원이 MMF에 들어있던 돈. 그나마 일부 투자자들은 돈을 되찾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면 펀드가 가지고 있는 기업어음이나 CD를 팔아야 하는데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일부 투신사들이 모든 고객에게 돌려줄 만큼 돈을 구하지 못한 것.

MMF는 장부가 평가와 시가평가제를 혼용하고 있어 금리가 급하게 오를 경우 일정 시점까지는 펀드 수익률에 변화가 없다가 어느 순간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 수익률을 높이려고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하는 등 무리한 운용을 하는 회사의 MMF는 금리 상승의 피해를 가장 먼저 당한다.

이번 환매 사태는 두 가지 위험을 피해 돈을 먼저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빚어진 것.

이동근 삼성투신운용 MMF팀장은 “MMF도 실적배당상품이므로 너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펀드 규모가 작은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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