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가속도 붙을듯…강철규 공정위장 내정 따라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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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姜哲圭) 부패방지위원장이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공정위의 재벌개혁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 내정자는 학계 시민단체 부패방지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줄곧 재벌개혁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그의 공정위원장 내정 자체도 정부의 개혁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그는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제한 유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 △재벌가(家)의 소유구조 개혁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등의 소신을 펴왔다.

▽학현 인맥의 개혁론자=강 내정자는 분배를 강조하는 학현(學峴·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호) 인맥에서도 재벌 개혁론자로 꼽힌다. 주요 저서 및 신문 칼럼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상당수를 재벌로 판단하면서 시장 및 분배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존재로 비판해왔다.

출자총액제한 및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등을 주장하면서 양적인 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강 내정자는 ‘2·27 조각(組閣)’에 앞서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설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남아 있어 다른 직책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고도 그를 공정위원장에 내정한 데서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재벌 개혁 급물살=공정위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의 예외규정을 줄여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4월부터는 전면적인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하고 계열분리청구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강 내정자의 평소 소신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다.

공정위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는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출자를 규제하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을 겨냥하고 있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강 내정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는 95년과 97년 ‘삼성 재벌과 한국경제 성장’ ‘삼성 재벌의 사업다각화와 소유구조’ 등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삼성 연구에 성과를 보였다. 삼성을 재벌로 규정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가 그의 지론임에 비추어 금융계열사에 대한 계열분리청구제 도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6대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 대상에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과 관련된 부분을 포함시킬지도 관심거리다.

강철규 공정위장 내정자 주요 발언
1999년
9월
“세계 어디에도 대기업이 뭉쳐 각종 사안을 정부와 교섭하는 나라는 없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며)
1999년
11월
“기업집단의 간접 상호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해야.” (새천년국가전략 토론회에서)
2000년
8월
“현대가 살 길은 재벌가의 전근대적인 소유구조를 청산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대의 ‘왕자의 난’ 직후 본보 칼럼에서)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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