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로 본 은행장 성적표]부산銀 '최고' 국민銀 '초라'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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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한 기업의 주가를 움직일 수 있듯이 시장도 주가로 CEO를 평가할 수 있다.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주가이고 CEO의 경영능력은 기업가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은행들은 퇴출과 합병 등 시스템 개편에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경력의 은행장이 배출됐다.

시장(주가)은 2000∼2001년 선임된 행장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주가로 본 행장의 ‘성적표’〓시장의 평가로는 부산은행 심훈 행장의 성적표가 가장 뛰어나다.

2000년 7월 14일 취임일의 주가는 1840원이었지만 4일 종가는 5020원으로 무려 172.8% 올랐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30.3%가량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시장평균보다는 203.2%포인트나 더 오른 것.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심 행장은 관리맨이 아니라 영업맨”이라며 “기업실적, 배당 등에 대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어 투자자의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옛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으로 취임 직후 수익성과 효율성을 외친 기업은행 김종창 행장도 성적이 좋다. 주가는 취임 당시 3410원에서 4일 5320원으로 56.0% 올랐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는 82.93에서 40.98로 떨어졌다.

‘CEO주가’의 대명사가 된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의 성적은 다소 떨어진다. 재임기간 중 주가가 4만3200원에서 3만6850원으로 14.7% 떨어졌다. 1998년 9월 1일 옛 주택은행의 행장으로 취임해 합병할 때까지 3년간 주가를 840%나 끌어올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CEO와 주가〓시장은 국민은행의 ‘부진’을 다양한 맥락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대출로 일어선 은행인 만큼 가계대출 부실화로 가장 큰 수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일부에서는 △국민카드를 작년에 매각하지 못했고 △옛 주택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채택해 전산통합이 늦어진 점에 대해 김 행장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증권 여인택 애널리스트는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수료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신용카드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에서는 통합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은 섣부른 평가라는 지적도 있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취임 직후 ‘서구은행 출신의 젊은 경영자’의 이미지에 맞춰 △부실 자산에 대해 100% 충당금을 쌓고 △내부시스템을 대폭 바꾸는 등 개혁을 이뤘고 주가도 이를 환영해 크게 올랐다. 그러나 국내에도 소형 은행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있다고 판단해 대형화 추세에 뛰어들지 못해 주가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다.

은행장의 취임시기와 주가변동 (단위:원, %포인트)
구분취임일 종가2003년3월4일취임 기간의
주가상승률
시장평균대비
주가상승률
김정태 국민은행장43,200(2001/11/1)36,850-14.7-14.6
김종창 기업은행장3,410(2001/5/14)5,32056.0106.6
하영구 한미은행장7,850(2001/5/17)7,8900.53.8
심 훈 부산은행장1,840(2000/7/14)5,020172.8203.2
이덕훈 우리은행장6,800(2001/3/5)4,640-31.7-6.85
우리은행은 취임일 종가 대신 우리금융이 재상장된 2002년 6월 24일 종가.
자료:미래에셋증권 등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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