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原電공사 ‘고의 유찰’ 의혹…3개 컨소시엄 갈등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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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규모만 2조원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 입찰이 일부 회사의 불참으로 유찰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新)고리 및 신월성 원전 1·2호기의 주설비공사에 대한 입찰을 18일 실시했으나 신고리 공사 입찰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신월성 입찰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불참해 유찰됐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올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 중 최대 규모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두산중공업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열띤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2개 컨소시엄이 각각 불참해 ‘3개 사 이상’으로 규정한 입찰조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됐다.

이번 불참으로 ‘고의 유찰’ 의혹을 받는 두 회사는 즉각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초대형 프로젝트의 공사비를 현장 설명일로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산정하기에는 무리였다”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두산중공업 컨소시엄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 불참한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이번 입찰에 덤핑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져 참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두산중공업이 원전 설비를 독점으로 공급(계약 규모 1조7000억원)하는 데서 생기는 이윤을 바탕으로 주설비공사를 저가(低價)에 수주해 건설 경험을 늘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으로서 덤핑 등 손해보는 장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극도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원전 사업은 건설 품질이 중요한 만큼 적정가를 산정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입찰방식인 ‘최저가 낙찰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1000억원이 넘는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낸 회사에 시공권을 주는 것이다. 2001년부터 도입된 최저가 낙찰제가 원전 사업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법인 산하 김헌동 연구위원은 “최저가 낙찰제는 건설회사의 담합을 막고 국가 예산을 절약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이번 유찰은 현대와 대우건설이 두산중공업을 따돌리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세계에서 원전을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무결점의 기술이 필요한 원전 사업에까지 적용한 것은 제도의 기계적인 운용”이라고 비판했다.

신고리·신월성 원자력발전소 컨소시엄
주간사협력사
현대건설삼성물산+LG건설
대우건설대림산업+SK건설
두산중공업삼부토건+삼환기업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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