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동예금 ‘금리+α’ 보장 못한다

  • 입력 2003년 2월 3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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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리+α의 수익률 보장’을 앞세운 주가지수 연동형 정기예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가 상승률에 따라 금리를 주는 이 은행 상품은 1월 한 달간 9588억원어치나 팔렸다.

신바람이 난 은행들은 고객 입맛에 맞춰 손질한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퓨전형 상품은 소문처럼 정기예금과 주식투자의 장점만 따 결합한 것은 아니다. 두 가지 투자의 단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은행 금리는 ‘따 놓은 당상’이고 주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먹고 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먼저 자신의 투자성향을 차분히 짚어보고 가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어떤 상품이기에〓은행은 이 상품으로 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대출, 채권 등으로 불린다. 동시에 거기서 나오는 이자수익을 주가지수와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는 두 가지 투자수익을 합산해서 결정한다.

정기예금 금리에다 α를 얹어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파생상품 투자에 있다. 이 파생상품은 메릴린치 같은 외국계 투자은행의 금융공학자들이 만들어내 파는 복잡한 구조의 상품. 대체로 코스피(KOSPI)200지수가 오르면 투자수익이 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주가지수가 너무 올라도 남는 게 없다. 신한은행 노상규 대리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수가 59.99% 오르면 26.99%의 금리를 주지만 60% 이상 오르면 금리는 8.1%로 고정된다.

α가 반드시 플러스(+)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α가 ―5∼―4%가 돼 정기예금 금리를 다 까먹기도 한다.

은행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 원금을 보장해준다. 물론 만기까지 돈을 맡긴 고객에 한한 얘기다. 중간에 해약을 하면 은행에 따라 최고 4.7%까지 중도해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최근에는 6개월 뒤 한번 더 베팅 기회를 주거나 주가가 떨어질 때도 플러스 금리를 주는 상품도 팔리고 있다. 종합자산관리업체 네오머니의 홍성민 부장은 “틈새 고객에 맞춰 상품 설계를 잘했다기보다는 저금리와 증시 불안정이라는 재테크 환경을 마케팅에 잘 활용했다”고 평했다.

▽체크 포인트〓주가지수와 연동돼 있는 만큼 나름의 주가 전망을 토대로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한은행 상승형 7호의 경우 코스피200지수가 2월11일부터 1년간 10.2% 이상 오르지 못하면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에 못 미친다. 또 코스피가 조금이라도 오른다면 상장지수펀드(ETFs) 같은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만 못하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대안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요령. 시카고투자자문 김지민 대표는 “기대수익률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투자 대안이나 결과는 똑같다”면서 “어중간하게 양다리를 걸치는 것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심리를 짚어보고 어디에 투자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주가 판단이 서지 않는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투신사가 운용하는 혼합형 펀드나 퓨전형 상품에 가입하는 걸 속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운용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채권 얼마, 주식 얼마 하는 식으로 스스로 투자자산 비중을 결정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수익률 비교
주가지수상승률신한은행정기예금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상장지수펀드
60% 이상4.6% 8.1%60% 이상
59.99%4.6%26.99%59.99%
30%4.6% 13.5% 30%
10.2%4.6% 4.6% 10.2%
1%4.6% 0.45% 1%
0%4.6% 0% 0%
―10%4.6% 0% ―10%
2월 3일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금리. 상장지수펀드는 추적오차가 없다고 가정,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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