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5%대+α' 달성하려면 "과감한 규제완화 필수"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19분


코멘트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는 일은 가능한가.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0일 경제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한국 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 임기 안에 잠재성장률을 7% 수준으로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7%라는 수치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한 경제학자는 그동안 성장보다 분배에 집착하는 듯했던 노 당선자가 최근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마차(분배)가 말(성장)을 끌 수는 없다는 경제 현실을 바로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외시한 경제력 집중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현 수준의 잠재성장률인 5%대도 실현하기 어렵다”면서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 신(新)성장’은 가능한가=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논란의 대상은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5%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다른 민간 연구기관들도 대체로 KDI보다는 낙관적이지만 5%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렵기는 하지만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잠재성장률을 6%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홍익대 박원암(朴元巖·경제학) 교수는 “싱가포르와 대만도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때 6% 이상의 잠재성장을 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6%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朴在夏) 선임연구위원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산성을 높이고 유휴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잠재성장률이 5%대보다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과 자본의 양을 늘리거나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조동철(曺東徹) KDI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의 고령화와 저축률 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노동과 자본의 양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능력에 따른 보상을 함으로써 경제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면서 “문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이 그동안 내 놓은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과 상반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가장 현실성 있는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라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노동 투입을 늘리고 기술 혁신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시장경제의 활성화라는 보수적 정책을 기조로 하면서 제한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실업자 복지를 위한 진보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거시경제 불안 요인에 대한 적절한 대처 △공공부문과 노동시장 개혁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도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꼽았다.

▽규제 완화는 필요조건=경제 전문가들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은 기업 규제 완화.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강화와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도입 등 인수위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규제 완화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21일 노 당선자에게 보고한 일부 규제완화 방안도 핵심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명지대 조동근(趙東根·경제학) 교수는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경제력 집중은 효율이 극대화된 결과로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일반적인 경제력 집중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는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대기업의 경영투명성은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됐다”며 “인수위나 정부가 일부 ‘재벌’의 문제점을 이유로 전체 대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