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회수 파장]담보가치 산정기준 하한가 적용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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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 다니는 박모씨(38)는 얼마 전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은 A은행으로부터 3000만원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박씨는 이자만 갚으면 원금은 계속 기한이 연장된다는 얘기를 듣고 2년 전 은행 대출을 받아 결혼 7년 만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박씨는 “이자를 연체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상환하라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은행 직원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만기를 연장하려면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박씨는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박씨처럼 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했거나 아파트를 담보로 목돈을 마련한 사람들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라는 압력을 받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이나 카드대출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도 기존 대출 일부를 회수하기 시작했기 때문.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담보인정비율(LTV) 하향조정 등 주택담보대출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이를 신규대출에 대해서만 적용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올해부터는 기존대출의 기한연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통상 1년 또는 3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뒤 1년 단위로 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담보가치 산정기준을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조정하고 LTV도 80%에서 70%로 낮춰 대출가능금액을 계산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하한가 2억5000만원에 상한가 3억원인 서울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3억원의 80%(2억4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억5000만원의 70%인 1억75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올해 만기가 돌아와 기한을 연장하려면 6500만원을 갚아야 한다.

국민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고객 가운데 신용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예외없이 기존 대출금의 10%를 상환해야 기한을 연장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김영일 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은 약 15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을 제외한 7개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8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총 대출잔액은 88조1521억원이며 이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규모는 15조6217억원(17.7%)이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아파트가격과 가계대출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구입을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행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일제히 회수한다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현황(2002년 12월 말 현재)
은행총 잔액2003년 만기분
국민30조2193억원3조9078억원
하나14조41억원1조4420억원
우리11조3756억원2조4222억원
신한10조7439억원1조6847억원
조흥 7조4801억원2조2436억원
외환 6조9055억원2조3774억원
한미 4조1400억원 9730억원
기업 3조2836억원 5710억원
88조1521억원15조6217억원
(자료:각은행)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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