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2002…업계 부침]明 LCD-주상복합· 暗 재건축-벤처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28분


올 한해도 국내 경제계는 숨가쁜 환경변화를 맞았다. 격랑 속에 혜성처럼 떠오른 승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쓸쓸한 퇴장을 해야 했다.

▽상품·서비스〓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디지털카메라, 플래시메모리는 물론 3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IMT-2000), 벨소리 서비스도 올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인공이었다. 3세대 CDMA 서비스의 등장으로 컬러휴대전화기와 개인휴대단말기(PDA)가 각광을 받았다. LCD모니터도 대중적인 PC용 모니터로 급부상했다.

반면 이동형 저장매체의 대명사 플로피디스크(FD)와 PC용 브라운관(CRT) 모니터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부동산〓단연 서울의 강남지역 아파트가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아파트에 버금가는 주거시설로 인정받으면서 상한가를 쳤다. 반면 오피스텔은 올 들어 수도권에 8만여실이 분양될 정도로 공급이 넘쳐 하한가. 또 재건축 관련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감소한 반면 재개발은 서울시의 강북 뉴타운 개발 계획 등에 힘입어 다시 주목을 끌었다.

▽기업〓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신화’를 창출하며 세계 초일류 브랜드로 발돋움했고 LG필립스LCD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세계 1, 2위를 다투며 세계 LCD 시장을 주도했다.

대기업을 인수해 국내 휴대전화시장 공략에 나선 팬택&큐리텔과 10월 공식 출범한 GM대우차, 대한생명을 인수해 재계 서열이 급등한 한화도 올해는 잊을 수 없는 해였다.

반면 현대상선은 4000억원 대북송금설 파동을 겪으며 낡은 재벌식 경영이 여전함을 드러냈고 결국 자동차 수출부문을 해외에 매각함으로써 겨우 수렁을 탈출하고 있다.

▽CEO〓재계에서는 삼성전자 휴대전화기 사업을 세계 3위권으로 이끈 삼성전자 이기태(李基泰) 정보통신총괄사장을 올해의 인물로 꼽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데이콤을 맡아 경영을 정상화하고 파워콤 인수에도 성공한 데이콤 박운서(朴雲緖) 회장, 닷컴 업계 대표 CEO로 급부상한 NHN 이해진(李海珍) 사장도 올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반면 새롬기술 오상수(吳尙洙) 전 사장과 프리챌 전제완(全濟完) 전 사장은 배임혐의 등으로 구속돼 실패한 벤처기업가로 추락했다.

▽산업〓내수와 수출은 올 상하반기에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상반기에는 ‘내수 과열’이 우려될 정도였으나 하반기 들어 꽁꽁 얼어붙은 반면 수출은 20% 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 대상 지역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34.1%)가 급부상한 반면 미국·유럽(33.2%)은 합쳐도 그에 못 미쳤다.

한편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승부를 걸었던 조선, 건설, 자동차 등 한국 전통의 굴뚝 산업이 풍성한 연말을 맞고 있다.

▽금융상품〓올해 히트한 금융상품은 찾기 힘들다. 정기예금 금리가 4%대로 떨어지면서 증시를 등진 투자자금이 은행이 아닌 아파트(부동산시장)과 백화점(소비)을 향했다. 다만 주가바닥기인 10월 중순에 거래가 시작된 상장지수펀드(ETF)가 한때 2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나 채권 및 주식의 특징을 겸비한 복합상품도 어느 정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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