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신한지주 "승부는 이제부터"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하나은행의 주가가 2년여만에 다시 신한지주를 앞섰다.

1999년 8월 대우그룹 대출이 부실화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신한은행에 뒤졌던 주가는 올 하반기 이후 탄탄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첫 거래일만 해도 하나은행의 종가는 6310원, 신한은행은 1만850원이었지만 24일 종가는 각각 1만7950원과 1만3600원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전문가들은 “경쟁의 승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현재로서는 하나은행의 ‘집중화’(합병)가 신한지주의 ‘겸업화’(지주회사)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닮은 꼴, 두 은행〓두 은행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후발 우량은행이면서도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기초로 독특한 틈새시장을 갖고 있는 데다 뛰어난 자산건전성과 맨파워도 강점이다.

서울증권 여인택 애널리스트는 “하나은행은 고액자산가의 PB영업에서,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시장에서 탁월한 영업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부실여신(고정이하) 비율도 각각 1%대로 업계 최저수준.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여서 경영이 ‘외부’의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내부에서 발탁된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도 같다.

문제점도 비슷하다. 자산이 크지 않고 예대마진이 높지 않아 ‘독자생존’이 어려웠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형화를 추구해왔다.

▽달라진 운명〓그러나 대형화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달랐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집중화’에, 신한은행은 지주회사라는 ‘겸업화’에 승부수를 던진 것.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겸업화의 시너지가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합병의 효과는 즉시 나온다”고 말했다.

즉, 지주회사를 통한 자회사간의 교차판매나 고객정보 공유 등의 효과는 아직 숫자로 입증되지 못했으며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했다. 오히려 굿모닝증권 등 자회사를 인수하는 데 투입된 비용만 부각되고 있다.

어떤 자회사로 이뤄졌느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 자회사 가운데 은행만이 영업력을 갖췄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회사와의 겸업화는 주력업종에 집중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98년 신한은행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증권(BW)도 주가에 부정적 역할을 했다. 98년말 8700억원이었던 자본금은 현재 1조46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자본금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계속되는 ‘승부’〓애널리스트들은 “하나와 신한의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까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는 것. 또 현재의 자산규모로는 국민은행(자산 204조원)을 상대하기에는 벅차다. 현재 진행 중인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는 단기적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신한지주에 긍정적이라는 지적. 교보증권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조흥은행의 신용카드 부문과 저원가성 예금 등은 신한지주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도 “신한지주는 ‘캐시카우(수익창출이 뛰어난)’인 은행분야를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자회사로 출발해 공격적 경영을 펼치는 하나은행과 보수적 경영으로 성장성은 낮지만 매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신한지주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그리고 시장이 어느 편에 설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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