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2002경제']<3>금융권 변화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08분


올해 금융계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시작된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은행권은 ‘총자산 200조원의 국민은행 탄생’을 계기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가 숨가쁘게 진행됐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한미 하나은행은 미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누구와 합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속에서 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시도했고 가격조건이 맞지 않자 서울은행으로 방향을 돌려 마침내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순식간에 총자산 87조원의 국내 3대은행으로 부상했다.

신한은행은 한미은행과의 합병협상이 별 진척이 없자 조흥은행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제일은행이 포함된 서버러스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이처럼 대형화를 위한 합종연횡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동혁 은행연합회장은 “내년에는 조흥 우리 기업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주식의 매각이 중심테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대한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지 3년7개월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은 헐값매각과 인수자격 논란을 뒤로 한 채 한화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그동안 감독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부실이 커진 신용협동조합은 철퇴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전체 1242개 신협 가운데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115개 신협이 퇴출대상으로 골라 11월초 영업정지를 단행했다.

사채업자 양성화를 위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률’은 논란 끝에 10월27일 시행됐다.

그러나 최고이자율이 66%로 정해지면서 사채업자들이 아예 등록을 거부하고 있어 사채시장에는 여전히 연 150%가 넘는 고리채가 만연하고 있다. 대신 영업노하우와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계 대금업체가 국내 사채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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