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모토쇼의 꽃 '컨셉트카' 탄생에서 양산까지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7시 17분


21일 2002 서울모터쇼에 나온 기아자동차의 컨셉트카 KCV-2. 이 차는 스펙트라 후속모델로 개발 중인 KM(프로젝트명)에 트럭 화물칸을 얹힌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이다.사진제공 기아자동차
21일 2002 서울모터쇼에 나온 기아자동차의 컨셉트카 KCV-2. 이 차는 스펙트라 후속모델로 개발 중인 KM(프로젝트명)에 트럭 화물칸을 얹힌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이다.사진제공 기아자동차

1938년 제너럴모터스(GM)의 디자이너 하리 얼이 만든 최초의 컨셉트카 ‘뷰익 Y-Jop’. 파워 윈도우, 전동식 소프트톱 등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감각을 뽐냈다.(실험정신)

도요타는 97년 도쿄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프리우스’를 내놓는다. 가솔린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카로 양산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가진 컨셉트카라는 평을 받았다.(기술력 과시)

캐딜락은 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 ‘이보크’를 기반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은 늙수구레한 이미지의 캐딜락에 청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혁신의 출발)

컨셉트카(Concept Car)는 ‘모터쇼의 꽃’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 제작기술이 발달하면서 컨셉트카는 상품화 결정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역할까지 활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컨셉트카가 뭐길래

컨셉트카는 ‘당장은 실현할 수 없는 차, 그러나 가까운 미래엔 제작이 가능한 차’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모든 이의 꿈을 담는다고 해서 드림카(Dream Car)라고도 부른다. 초기 컨셉트카는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고 실험하는데 치중해 양산 가능성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다.

50∼60년대 피닌파리나 베르토네 등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자동차 전문 디자인회사)가 디자인 위주의 ‘스타일링 컨셉트카’로 유명세를 탔다. 이들은 70년대까지 세계 자동차의 스타일을 이끌었다. 하지만 두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70년대부터는 점차 실용성을 따지기 시작한다. 예컨대 연비와 부품 경량화를 컨셉트카의 주된 테마로 잡는 식이다. 안전이 테마로 부각한 80년대엔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와 에어백, 사이드임팩트빔(차 문짝 보강재) 등 안전설계와 장비가 실험대상이었다.

최근 공개되는 컨셉트카는 ‘양산전 시험차량’으로 불릴만큼 실용성에 꽤 비중을 둔다. 모터쇼에서 컨셉트카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바로 양산계획이 잡혀진다는 것. 컨셉트카로 등장한지 1∼2년만에 양산차로 나오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시험차량 제작업체 프로토자동차 윤덕신디자이너는 “양산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산전에 소비자 반응을 떠보는 시험용 차량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양산 1∼2년전에 컨셉트카로 ‘위장’해 공개하는 사례조차 있다”고 말했다.

#혁신(Innovation)의 출발점

볼보가 92년 공개한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ECC는 볼보의 ‘각진’ 스타일을 유선형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 작품. 볼보는 7조2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ECC의 유선형 디자인을 채용한 세단 S80을 98년에 내놓는다.

폴크스바겐하면 비틀(딱정벌레)로 연상되는 국민차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때문에 고급 차종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번번히 실패한다. 절치부심한 폴크스바겐은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프로젝트 D1’으로 고급화에 승부수를 던진다. D1은 올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양산차 파에톤으로 공식 데뷔했다.

캐딜락이 9월 한국에 선보인 캐딜락CTS는 영화 ‘로보캅’에 등장하는 미래형 자동차 느낌을 줘 화제가 됐다. 50대 후반 보수적인 이미지의 캐딜락이 적어도 10년 이상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딜락CTS는 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 이보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양산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컨셉트카의 수준은

한국 최초의 컨셉트카는 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포니 쿠페(도어가 2개인 세단형 스포츠카)였다. 이탈리아 쥬지아로 디자인사 작품으로 지나치게 앞선 감각으로 양산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현대는 92년 이후 미국내 디자인센터인 ‘현대캘리포니아디자인’에서 독자설계한 HCD 컨셉트카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한국형 컨셉트카를 이끌고 있다. 이중 HCD-2(93년)는 96년에 티뷰론으로, HCD-4(99년)가 2000년 싼타페로 양산에 성공한 케이스. 2002년 서울모터쇼에선 현대 기아 GM대우가 대회 사상 가장 많은 6개의 컨셉트카를 출품,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컨셉트카 제작현실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모터쇼에 볼거리를 제공하는 쇼카(Show Car)수준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독자 설계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현지의 디자이너와 기술자를 고용해 만든 것들이다.

프로토자동차 최지선이사는 “가까운 미래의 디자인 트렌드와 개발가능한 신기술을 적용해 제작하는게 컨셉트카인데도 국내 현실은 거기까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대 선우영호교수(전자공학)는 “자동차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크로스 오버의 물결이 컨셉트카를 통해 구현된다”며 “컨셉트카는 메이커의 기술력으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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