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담보 대출 설정비 부활…은행들 면제 폐지나서

  • 입력 2002년 11월 6일 17시 36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근저당설정비를 다시 받는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작년 이후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근저당설정비를 받지 않았다. 근저당설정비는 아파트와 주택 등에 담보권을 설정할 때 드는 각종 서류 및 등기비용이다. 대체로 대출기간이 3년 이상일 때 면제되며 비용은 대출금의 0.7∼1% 수준.

따라서 근저당설정비를 다시 받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셈이다. 또 개인들의 아파트 매입 열기가 식어 부동산값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그동안 설정비를 대신 부담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대출잔액을 늘렸으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고민해왔다.

▽우리은행, 총대를 메다〓 아파트 담보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는 각종 자금조달비용과 인건비, 간접비 등을 빼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장사. 따라서 근저당설정비를 다시 받아야 하지만 경쟁은행에 고객을 빼앗길까봐 서로 눈치만 살펴왔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5일 전격적으로 설정비 면제 제도를 폐지했다. 이어 작년 1월 설정비 면제를 처음 시작했던 신한은행도 폐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1∼10월에 부담한 설정비만 500억원이나 된다”며 “은행의 수익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김영일 부행장은 “은행들이 현재의 대출금리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설정비 면제 제도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며 “국민은행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시장점유율이 40%를 넘는 국민은행이 설정비를 받으면 나머지 은행도 따라올 수밖에 없고 뒤를 이어 생명·손해보험사도 설정비를 다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인상 효과〓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으면 고객은 70만∼100만원의 근저당설정비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 따라서 대출기간 3년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연 0.23∼0.33%포인트 올라가는 셈.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시가의 60%로 내렸기 때문에 설정비 제도까지 부활하면 가계대출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대출 건당 이익은 적지만 전체적인 대출잔액을 늘려 수익을 낸다는 기존의 전략을 고쳐 다시 수익성 위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는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이 금리가 싼 은행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는 것이 어려워져 전체적인 부동산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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