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구조조정 정책 잘못…公자금 10조원 과다투입

  • 입력 2002년 9월 30일 06시 48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이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책 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10조원의 공적자금을 과다하게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부실 기업주와 금융기관의 부적절한 공적자금 투입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던 정부가 공무원들의 정책판단 잘못에 대해서는 대부분 ‘주의’나 ‘통보’ 조치에 그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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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자금 과다투입 실태-문제점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민주당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29일 감사원에서 넘겨 받은 공적자금 특별감사 조치사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지휘한 금융감독위원회는 8건의 공적자금 과다투입 사례가 적발됐으며 잘못 투입한 공적자금의 총액은 4조5262억원이나 됐다. 이 중 대표적인 잘못은 2000년 6월 한국투자신탁증권과 대한투자신탁증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펀드 손실을 회사측의 고유계정(회사 장부)에서 떠안도록 해 3조4830억원이나 더 투입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재경부의 판단 실수로 과다투입한 금액은 3조4390억원.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신용협동조합에도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해 98년 4월부터 2001년 9월까지 183개 신협에 총 1조9521억원의 공적자금을 부당 투입했다.

예금보험공사도 1조2811억원을 잘못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8월 평화은행이 ‘50억원 이상의 신규대출은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현대건설 회사채 1000억원을 인수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평화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결국 총 6119억원의 공적자금이 부당하게 더 들어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정부기관의 공적자금 과다투입 사례의 대부분이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기관들은 “외환위기 직후 정책적인 결단에 따라 취해진 조치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예금주들이 다 혜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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