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많아도 필요한 곳엔 없다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15분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거의 지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주택이 남아돌 만큼 과잉공급되는 등 임대주택 수급체계에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23일 국회 건교위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모두 1만5731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졌다.

이 가운데 주택보급률(지난해 말 기준)이 110%를 넘는 △전북(주택보급률 117.1%)에 2120가구를 비롯해 △전남(124.5%) 1495가구 △강원(119.9%) 1154가구 △충북(114.6%) 853가구 △경북(117.7%) 565가구 △충남(124.3%) 290가구 등 모두 6477가구가 건설됐다.

이들 지역은 한결같이 임대주택의 공급 과잉 등을 이유로 임대사업자가 부도를 낸 뒤 1만2800여가구에서 많게는 5만2000여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부도사업장으로 남아 있다.

반면 주택보급률이 79.7%에 그친 서울과 부산(89.2%) 대구(85.6%) 울산(90.8%) 등 전국의 평균주택보급률(98.3%)을 훨씬 밑도는 지역에서는 한 가구도 지어지지 않았다.

이춘희(李春熙) 건교부 주택정책국장은 "그동안 민간 건설업체들이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주도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앞으로 정부가 지을 국민임대주택은 지역별 수요 등을 고려해 수도권에 60%를 건설하고 나머지도 광역시와 산업시설 밀집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또 국민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하기로 한 사업 후보지 가운데 위치가 바뀌거나 사업 규모가 줄어드는 곳이 적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해 국민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수도권 지역 후보지 11곳 가운데 8곳만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개발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3곳 가운데도 2곳은 이달 중 택지지구로 추가 지정 가능하지만 한 곳은 규모 축소와 위치 변경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단체 등의 요구로 개발 밀도를 낮추기로 함에 따라 공급 물량도 계획(6만가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투자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양(量)만 채우면 된다'는 식으로 총량적인 임대주택 건설계획만 세울 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이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임대주택 정책 전반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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