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후순위채권 안전-수익 동시만족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14분


퇴직금으로 목돈이 생겼다. 늦은 나이에 사업을 벌이거나, ‘복잡한 재테크’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이자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은행의 후순위채권(後順位債權)이 인기다. 하나은행이 11일부터 팔기 시작한 1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중 310억원어치가 오전 중에 팔려나갔다. 올해 들어 은행이 판매한 후순위채 규모는 약 3조원가량.

▽안전하고 수익 높고〓후순위채는 발행 은행이 도산했을 때 다른 채권부터 갚고 돈이 남으면 갚는다. 은행이 망하면 한푼도 못 건질 수 있어 위험분만큼 수익률이 덧붙어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가량 높다. 확정금리이므로, 은행이 망하지만 않으면 이자율이 떨어지는 등의 다른 위험은 없다. 은행끼리 인수 합병되면 새로운 합병은행이 지급을 책임진다.

발행하는 은행의 신용도 등에 따라 후순위채 수익률은 다르다. 올 상반기 발행된 은행의 후순위채 수익률은 7.1∼7.5% 수준.

이자를 매달 꼬박꼬박 받는 방식과, 3개월 복리로 이자를 계산하되 만기에 한꺼번에 받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정기예금 연이율은 약 4.8%이므로 수익률 6.27%의 후순위채를 매달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1억원어치를 사면 매달 약 12만원씩 이자를 더 받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돈 많은’ 자산가들에게는 분리 과세가 되는 것도 장점. 분리 과세를 신청하면 발행기간 5년 이상인 후순위채의 이자는 종합과세 이자로 잡히지 않아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언제 어떻게 사나〓후순위채는 대차대조표상에서 ‘자본’으로 인정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많이 발행된다. 만기가 될수록 그만큼의 자본은 도로 없어지기 때문에, 은행이 다른 방식으로 자본금을 늘리지 않는 한 후순위채는 계속 발행될 전망.

현재는 하나은행과 농협이 후순위채를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1일부터 만기 5년7개월, 연간 복리로 환산한 실효수익률이 6.45%인 후순위채를 판매 중이다. 농협은 12일부터 만기 5년4개월, 실효수익률 연 6.65%인 후순위채 3000억원 규모를 판매한다. 최저 가입금액은 1000만원.

후순위채는 은행 사정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발행되므로, 수시로 은행에 확인하지 않으면 구입할 때를 놓치기 십상. 이런 경우에는 은행 창구를 통해 ‘개인간 양도’ 하는 방식으로 후순위채를 사고팔 수 있다. 사고 싶은 사람과, 급하게 돈이 필요해 만기 이전에 팔고 싶은 사람은 은행에 이야기해 두거나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면 된다. 매매 조건이 맞으면 ‘채권양수도 신청서’를 쓴다. 파는 사람은 해당 기간까지의 이자를 받고, 사는 사람은 새 통장을 발급 받는다. 신청서 작성, 통장 회수 등의 절차는 거래하는 은행의 안내를 받으면 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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