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황창규사장 “메모리 반도체 르네상스 온다”

  • 입력 2002년 8월 12일 17시 23분


반도체 업계에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약 18개월마다 같은 가격에 칩의 성능은 2배로 향상된다’는 것으로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업계에서는 ‘황(Hwang)의 법칙’이란 말이 유행이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메모리 반도체는 일반 메모리 제품과는 달리 시황과 관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황창규(黃昌圭·49·사진) 사장의 주장이 시장에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면서 생긴 말이다. 무어의 법칙에 대한 일종의 수정이론인 셈이다.

황 사장은 2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학회(ISSCC) 기조연설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신(新)성장론’을 주창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2일 황 사장의 집무실에서 ‘메모리 반도체 신성장론’과 삼성전자의 향후 메모리사업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얼마 전까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었다. 메모리 반도체 신성장론의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메모리 시장은 PC와 서버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다. 하지만 휴대전화 등의 모바일 시장과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의 제품까지 메모리가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시장 자체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게 됐다. 특히 디지털융합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의 수요는 2005년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올 상반기에 높은 영업 실적을 올렸다. 어떤 전략이 주효한 것인가.

“이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은 시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SD램 가격이 떨어져도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범용제품의 비중을 30% 이내로 줄이고 휴대전화 게임기 등에 쓰이는 첨단제품의 생산을 늘려 이미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삼성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등의 게임기에 램버스D램과 DDR(더블데이터레이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디지털카메라 업체와 인텔, 델컴퓨터 등은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메모리 사양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중국의 메모리 사업 진출로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의 주도권이 향후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지만 나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메모리 기술의 핵심은 각종 IT 제품과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국이 단시간 내에 이런 노하우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며 조만간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투자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수요 확대에 대비해 현재 300㎜ 웨이퍼 라인을 짓고 있다. 내년 말에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구체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인재 양성 계획은 무엇인가.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법인까지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능력있는 인재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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